▲ 10억 돈상자에서 발견된 돈 뭉치
 
서울 여의도 모 물품보관업체에 범죄수익금을 숨긴 임모(32)씨가 은닉했던 10억여원을 모두 몰수당한 가운데 이 돈을 벌어들인 과정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임씨는 2008년 사설 스포츠 도박사이트 벳탑2(www.bet-top2.net)를 개설한 뒤 직원 9명을 채용했다. 직원들은 각각 게임머니 충전·배당·환전, 프로그램 개발과 서버관리, 스포츠 경기 점수 입력 등 업무를 맡았다.

사이트 운영방식은 국민체육공단이 체육진흥투표권 발매자로 지정한 스포츠토토, 프로토의 공식 사이트인 배트맨(betman.co.kr)과 거의 동일했다.

이용자들이 회원가입하고 지정한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그에 상응하는 게임머니를 받았다. 이 게임머니로 이용자들은 국내외 축구, 농구, 야구 등 스포츠 경기의 승패를 예측해 100만원까지 돈을 걸고 그 결과에 따라 돈을 배당받았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임씨는 사이트의 도메인을 변경(www.koreawdl)하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하기도 했다.

또 임씨는 서버를 일본과 중국으로 분산시키는 수법도 활용했다. 우선 일본 도쿄에 데이터베이스 서버를 구축한 다음 중국 위해시에 사이트의 운영과 게임머니 충전·환전을 위한 사무실을 설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돈을 받는 계좌는 당연히 대포통장이었다. 대포통장으로 받아 챙긴 돈은 총 70억9418만8668원에 달했다.

사이트 운영으로 거액을 벌어들인 임씨는 자신의 몫인 11억원을 숨길 곳을 물색하다가 여의도백화점 내 모 물품보관업체에 맡기면 직원의 확인을 거치지 않고도 자유로운 출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임씨는 지난해 8월25일 해당 물품보관업체를 찾아 강민혁이란 가명으로 1년간 물품보관계약을 체결한 후 나흘 뒤인 8월29일 우체국택배 상자 2개(5만원권 8억원어치, 1만원권 2억원어치)를 맡기고 약 1달 뒤인 9월28일 상자 1개(1만원권 1억원어치)를 추가로 맡겼다.

하지만 임씨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채 1년이 되기 전인 올해 2월9일 보관업체 사장이 경기도 여주로 사무실을 옮기는 과정에서 임씨가 맡긴 상자를 발견한 뒤 "폭발물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범행 전모가 드러나고 말았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