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 예금의 주인은 명의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또한 그가 제 돈이라며 은행을 상대로 예금지급소송을 제기해도 사기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2일 고모씨가 은행계좌를 개설할 때 이름을 빌려줬다가 돈을 가로채려 고씨를 무고하고 은행을 상대로 예금반환소송까지 제기한 혐의(무고·사기미수)로 기소된 한모(55)씨에 대해 징역 1년8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 계약을 체결한 경우, 예금 계약서에 기재된 명의자를 예금 계약 당사자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명의자가 아닌 실제 돈의 주인을 예금 계약 당사자로 볼 수 있으려면, 명의자와의 계약을 부정하고 돈의 원래 주인에게 지급하겠다고 보장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증인 진술 등을 살펴보면 은행과 고씨 사이에, 피고인 한씨가 아니라 고씨를 예금주로 하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없었다"며 "이 사건 예금의 예금주는 명의자인 한씨이므로, 한씨가 예금지급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것은 사기미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고씨는 2001년 2월 모 은행 서울 대치동 지점에서 승려인 한씨의 명의를 빌려 계좌를 개설한 뒤 3억여원을 입금했다. 이후 욕심이 생긴 한씨는 2002년 3월 은행을 상대로 예금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2003년 7월 고씨가 자신의 예금을 인출하려 했다고 허위로 신고했다.

결국 사기미수 및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씨에 대해 1, 2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8월을 선고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2009년 3월 이모(48)씨가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예금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금융실명제의 취지를 적극 수용, 차명계좌라 하더라도 이름을 빌려준 사람을 실제 예금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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