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올해 초과세수 19조원의 용처를 놓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 소상공인 지원과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투입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은 내년 추가경정예산(추경)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주재하는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19조원의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초과세수는 당초 정부가 전망한 세입 예산보다 많은 조세수입을 뜻한다. 정부는 올해 2차 추경 당시 세입전망치(314조3000억원) 대비 19조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로선 당초 예상보다 20조원 가까운 가욋돈이 들어온 셈이다.

초과세수 전액을 중앙정부가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약 40%인 7조6000억원은 지방자치단체에 내줘야 한다. 국가재정법과 지방교부세법 등에 따르면 해당 연도 내국세 총액의 19.24%는 지방교부세로, 20.79%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각각 지자체에 배분해야 한다. 이는 올해 예산에 반영된 세수 외에 추가로 들어오는 세수도 마찬가지로 지방에 정산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나머지 11조4000억원 가운데 1조4000억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 부족분을 채우는 데 활용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손실보상심의위원회가 산정·의결한 올해 3분기 손실보상 지급액 2조4000억원 중 2차 추경을 통해 확보된 소상공인 손실보상 예산 1조원을 뺀 나머지를 충당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숙박업 등 손실보상 제외 업종 소상공인에 대한 추가 지원책에도 1조원대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손실보상 제외 소상공인에게 1% 초반대 금리를 적용해주는 정책대출 상품을 신규로 출시하고 해당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배포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1조5000억∼2조원 상당의 재정이 투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대해 여야는 한목소리로 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다뤄질 문제로, 올해 초과 세수 사용처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후보가 주장해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내년에 실현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후보가 주장한 자영업자 피해 전액 보상을 위해 내년 대선 이후 추경을 고려 중이다.

지방교부금 정산분과 소상공인 지원분을 제외한 8조원대 초과 세수 중 일부는 나랏빚을 갚는 데 활용된다. 국가재정법은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경우 '해당 연도에 발행한 국채 금액 범위 내에서 국채를 우선 상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남는 돈이 생기면 소상공인에 대한 재원 투입에 앞서 국채를 갚고 나머지 돈을 쓰거나 내년으로 넘긴다는 취지다.

남는 돈은 내년 세계잉여금으로 넘어가는데 이 또한 전액을 사용할 수는 없다. 세계잉여금의 30% 이상은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우선 출연해야 하고 나머지 금액의 30% 이상은 다시 채무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 다만 기금 출연액과 채무 상환액을 제하고도 남은 세계잉여금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2차 추경을 통해서 2조원 상당의 국채를 상환한 바 있으며 이번에도 2조∼3조원 가량의 국채 상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직접 국채 상환을 언급한 만큼 힘이 실리고 있다. 국채 상환 방식으로는 앞서 발행한 국채를 상환하거나 올해 남은 발행 예정 규모를 줄이는 방식이 모두 거론된다.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서는 국채 상환 규모에 따라 내년 세계잉여금이 얼마나 될지, 나아가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가 추경 재원으로 얼마나 쓸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