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부여하되 결과 책임지는 문화 정착돼야 혁신 일어나"
"금융정책은 기재부로, 금융감독은 금감위·소비자보호위로"
"이제까지의 성장 방식과 다른 '전환적 공정 성장' 모색해야"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정부는 룰 셋팅을 한 후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혁신이 일어난다. 대신 룰을 어겼을 때는 엄청난 페널티를 부과해 스스로 조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정)은 지난달 29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나 이렇게 경제 내 정부의 역할을 정의했다.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자신의 경제 정책 비전을 담은 두 발로 선 경제를 출간해 이론과 실무경험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이 의원은 이날 정부에 많은 쓴소리를 했다.

최근 카카오·네이버 등 플랫폼 업체의 독과점 논란에서 보듯이 정부가 산업진흥 목적으로 규제를 풀었다가 여론이 안 좋으면 강화하는 냉온탕정책을 지양하고 동일행위 동일규제원칙에 따라 일관된 행정을 펼칠 것을 촉구했다.

또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해 현재 금융위-금감원으로 중층적으로 돼 있는 금융감독체계를 과감히 수술해 금융정책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해 맡길 것을 제안했다.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정부가 좀 더 일찍 관리했어야 했다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좀 더 정교하게 정책믹스(혼합)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관련 업계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가상자산업권법제정에 대해서는 일단 인가제로 한 뒤 시장 여건의 성숙에 따라 협회 차원의 자율규제를 하는 등록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당초 내년 시행에서 최근 1년 유예로 결정된 가상자산 양도차익과세에 대해서는 아직 과세당국의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며 타당한 결정이라는 평가를 했다.

마지막으로 이제까지의 성장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전환적 공정 성장을 역설한 이 의원은 시장이 합리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제도 디자인을 고민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람과 소통해 컨센서스를 넓혀 나가는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회 정무위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 사진=이용우 의원실
▲국회 정무위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 사진=이용우 의원실

 

-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빅테크 규제, ‘동일행위 동일규제원칙으로 규제차익 없애야

- 금융혁신을 위해 금융당국이 핀테크에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듯 하다가 최근 독과점 논란이 제기되면서 카카오·네이버 등에 규제를 강화해 규제 냉온탕논란이 있다. 바람직한 규제정책 방향은.

시장경제질서를 정립해주는 것이 정책당국의 역할이다. 플랫폼은 백화점과 유사하다. 백화점은 모든 입점업체에 똑같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가령 네이버에 상품 검색하면 광고비 낸 업체가 상위에 뜬다든지, 네이버가 네이버쇼핑 입점업체에 네이버페이 혜택을 주는 행위는 잘못됐다. 소비자판단에 문제가 된다. ‘동일행위 동일규제원칙을 견지해 사업자들이 규제차익을 보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

 

- 빅데이터 등을 통해 중저신용자에게 중금리 신용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던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대출이 고신용자에게 집중된다는 비판이 있다.

신용등급에 따라서 대출규모가 다르다. 그런 구체적 과정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전체 규모만 따지면 대출규모가 큰 상대적 고신용자에게 대출이 몰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인터넷은행에 무턱대고 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라 하면 손실 위험이 커진다. 또 인터넷은행 대출을 늘리면 가계대출이 늘어난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는 현재 정책기조와 배치된다. 계속 대출데이터가 쌓이면 상황이 나아지리라 본다.”

 

금융정책은 기재부로, 금융감독은 금융감독위와 금융소비자보호위로

- 라임, DLF(파생결합펀드) 등 잇달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사태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규제완화를 통해서 사모펀드 진흥정책을 펼치면서 그에 수반되는 리스크 헤징(방지)을 위한 감독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이다. 한 부처에서 진흥과 감독을 같이 하면 안 된다.

근본적으로 금융감독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정부가 규제를 셋팅(설정)하면 시장에서 알아서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대신 룰을 어길 경우 회사 파산에 이를 정도로 엄격하게 책임을 물음으로써 스스로 알아서 조심하게 해야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위원회가 그런 식으로 운영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건전성 감독 업무와 소비자보호 감독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 금융건전성은 간단히 말해서 은행에 적자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소비자보호와 충돌할 수 있다. 별도 부서에 업무를 맡겨 상호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금융정책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대신 기재부의 비대화를 막기 위해 기획예산처는 분리, 독립시켜야 한다. 금융건전성 감독은 금융감독위원회에, 금융소비자보호 감독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해 맡겨야 한다.“

 

- 금융지주회사가 사실상 펀드 판매 등 결정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은행의 사례를 보면 내부 상품선정위 리스크 컴플라이언스팀에서 팔 수 없다고 반대가 있었다 한다. 하지만 그 의견이 수용되지 않고 반대 위원들이 교체됐다. 하나은행은 판매 검사 서류를 파쇄하고 내부 IT시스템을 지웠다. 내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고 어떤 금융기관에 신뢰가 가겠나. 금융기관들은 소비자신뢰를 얻을 방안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금융감독기관도 내부통제 강화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당국의 가계 대출 억제와 금리인상, 정교한 정책믹스 아쉬워

-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 수준이다. 정부와 은행권의 고강도 대출억제 정책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가 너무 크다. 2016년부터 연착륙 관리를 했어야 했다. 그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아 추가적인 가계대출을 불렀다.

미시적으로 보면 금융당국이 정한 연 5~6%대 가계대출 증가율을 농협은행이 초과했다. 금융당국이 정한 목표치를 넘지 않도록 은행이 수시로 자체 확인했어야 했다. 농협은 그런 내부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극약조치로 대출중단, 금리인상을 했다. 그것이 대출수요자들로 하여금 타 은행도 대출중단을 하지 않을까 우려를 하게 만들어 미리 대출을 받자는 가수요를 일으켰다.

한은 금리 인상은 예정된 코스였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좀 더 일찍 했을 것이다. 글로벌 현상이다. 다만 정책당국이 대출억제와 금리 인상이 한꺼번에 닥치지 않게끔 보다 정교하게 정책믹스(혼합)를 했어야 했다.”

 

▲국회 정무위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 사진=이용우 의원실
▲국회 정무위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 사진=이용우 의원실

 

가상자산업권법, 우선 인가제 시행 후 시장여건 따라 등록제로

- 이른바 가상자산업권법입법화 과정에서 규제 범위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오고간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간에 가상자산업권법 입법과 관련해 시세조종 등 가상자산거래소의 불공정거래행위 방지와 이용자 보호 등 핵심쟁점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다.

다만 ICO(가상자산공개) 허용 여부를 놓고 입장차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상자산업권법은 ICO 허용법안이 아니라고 본다. 비트코인의 사례를 보면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지난 2008년 백서를 내 놓은 뒤에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상호검증을 한 뒤 신뢰가 쌓여 거래가 형성됐다. 우선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증권거래소처럼 시장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ICO는 그 다음 문제다.

블록체인은 시장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 것으로, 등록제나 신고제가 원칙이다. 하지만 나는 인가제를 주장했다. 초기에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단 인가제로 하고 시장이 전개되는 것을 봐서 자율 등록제로 해야 한다.”

 

- 정부가 당초 내년 1월 시행할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양도차익과세를 1년 연기했다. 정치권이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이 있다.

가상자산은 아직 정부 차원의 과세나 민간 차원의 납세 준비가 잘 안 돼 있다. 주식·채권 등은 연말정산 신고 등 국세청 전산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가상자산은 그렇지 못하다. 또 매입 원가 산정, 적자를 봤을 때 법인세 이월 룰 등도 정립이 안 돼 있다. 시스템 정비에 1년의 유예 기간은 필요하다.”

 

 합리적 시장 제도 디자인 고민…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컨센서스 넓히겠다.

- 코로나19로 우리 사회 양극화가 한층 더 심화됐다. 특히 2030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 암담함을 토로하고 있다.

“‘전환적 공정성장을 해야 한다. 우리의 모든 생활양식을 바꿔야 한다. 시장에 있는 사람은 출발점이 비슷해야 한다. 정부는 룰을 세팅하고 기득권 카르텔 등을 막아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시키면 혁신이 일어난다. 도전을 했다 실패하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 올해 기업계 최대 화두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ESG경영 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한 때의 유행이라는 시선도 있다. 기업에 부담이 돼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 택소노미(Taxonomy·녹색분류체계) 논쟁 발생한다. 기업이 엉터리공시하면 시장에서 걸려낼 수 있도록 시장평가체계가 정비돼야 한다. 최근 전기자동차 구매가 유행처럼 된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연비 규제, 유로 식스 규제 등의 영향이다. 정부가 규제를 셋팅하면 민간에서 그 규제를 뛰어넘는 혁신이 일어난다. 규제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하면 시장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

 

- 향후 국회의원으로서 포부는.

경제정책이 시장기능을 살리면서 합리적으로 운용되도록 제도 디자인을 계속 고민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혁신이 넘쳐나도록 네가티브 규제를 규제 기조로 만드는데 노력해 왔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민간에 자율권을 부여해 테스트해 본 뒤 문제가 발생하면 하나씩 하나씩 보완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혁신이 활성화된다.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많은 사람과 소통하면서 컨센서스를 형성하며 한 걸음 한걸음씩 나아가겠다.”

 

▲이용우 의원 저서. '두 발로 선 경제'. 사진=이용우 의원실
▲이용우 의원 저서. '두 발로 선 경제'. 사진=이용우 의원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