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가격 담합, 탈락사 없이 매 입찰에서 높은 가격 물량 확보"
"운송비 반영 안 하던 현대차 입찰 방식도 담합 유인으로 작용, 개선"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현대·기아차에 알루미늄 합금제품을 납품하면서 담합한 하청업체들이 200억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현대·기아차는 당국과 협의해 담합을 유도한 입찰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10년간 현대·기아차 등이 실시한 알루미늄 합금제품 구매 입찰에서 투찰가격과 물량 등을 담합한 8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06억71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에 따르면 알테크노메탈, 세진메탈, 한융금속, 동남, 우신금속, 삼보산업, 한국내화, 다원알로이 등 8개사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현대차와 기아, 현대트랜시스가 실시한 알루미늄 합금제품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물량배분을 하고 이에 맞춰 낙찰예정순위 및 투찰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했다.

이들이 담합한 알루미늄 합금제품은 알루미늄 잉곳·용탕으로, 주로 자동차 엔진, 변속기 케이스 및 휠 제조 등에 쓰인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담합 결과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해당 입찰에서 합의한 대로 낙찰자 및 투찰가격이 결정돼 8개사는 탈락사 없이 매 입찰에서 높은가격으로 납품 물량을 확보했다.

이들이 담합한 데에는 공장을 계속 가동하지 못할 경우 알루미늄 용해로가 파손될 수 있고 선주문한 원재료에 대한 비용, 고정 인건비 등도 상당해 업체 입장에서는 현대차 등으로부터 일정한 물량을 확보해 공장을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입찰방식도 담합을 이끈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기아차는 납품품목별로 복수의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고 납품가격은 낙찰자들의 투찰가격 중 최저가로 정해서 모든 낙찰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했는데 이는 납품업체 입장에서 타 업체와 가격을 합의할 유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거리상 운송비가 많이 드는 경기도 화성공장 인근 업체들도 울산공장 인근 업체들의 투찰가로 납품하게 됨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졌고 이를 담합으로 막으려는 유인이 있었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이 현대·기아차 입찰제도의 특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협력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현대․기아차에 관련 입찰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현대·기아차는 먼저 알루미늄 용탕 납품가격에 포함돼 있던 운반비를 별도로 책정해 실제 발생한 울산, 화성공장까지의 운반비를 반영해주는 방식으로 양 공장에 납품되는 용탕의 가격을 다르게 정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낙찰사의 납품포기권을 1개사에 한해 공식적으로 보장해 주기로 했다. 그 동안 업체들은 납품가격이 예상보다 낮게 결정된 경우에도 추후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납품포기를 요청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또한 업체들의 안정적인 공장운영을 위해 최저 15%의 납품 물량을 보장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민간 분야에서 장기간 지속된 입찰담합을 적발해 제재했을 뿐만 아니라 발주처와 협의해 담합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입찰제도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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