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국가, 멈춰버린 국가.. 20

▲사진=조광한 경기도 남양주시장 사진=남양주시청 공보과
▲사진=조광한 경기도 남양주시장 사진=남양주시청 공보과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 한때 세계적인 부국이었습니다.그러나 20세기 중반부터 급속히 무너지며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추락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대륙의 남부에 위치하며 면적은 대한민국의 약 27배에 달하는 큰 나라입니다. 북쪽 브라질과의 국경에서 남쪽 마젤란해협까지의 거리가 장장 약 4,000km에 달합니다. 그래서 열대부터 온대, 한대까지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구는 약 4,500만 명으로 축구스타 마라도나,메시의 나라이고, 월드컵 축구 2회 우승, 라틴 댄스인 탱고 춤으로 유명합니다. 2020년 기준 1인당 GDP는 약 8,442달러로 대한민국의 약 4분의 1수준입니다.

남부 지역에 광대한 팜파스 초원이 있어 대규모 기계 농업과 산업이 발달했습니다. 여러 농작물과 소고기의 세계적인 생산국이고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해 있습니다. 이 나라의 3대 자랑이 탱고, 와인, 소고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아르헨티나는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유럽지역에서 곡물과 고기를 대량으로 수입한데 힘입어 엄청난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고,1900년대 초반에 세계 5대 부국으로 불렸습니다. 한국의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3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이미 지하철이 다녔습니다.

이렇듯 20세기 초 경제는 황금기를 구가했습니다. 무려 43년간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평균 6%에 달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동경의 대상이었고 유럽 전역에서 이민자들이 대거 몰려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인구중 절반이 외국 출신이었습니다. 이주해온 외국인들의 꿈과 희망이 가득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1946년 이후 급속히 무너졌습니다. 몰락을 가져온 결정적 원인은 ‘아르헨티나 병(病)’이라고 불리는 극도의 포퓰리즘, 포퓰리즘의 원조 페론주의 때문이라는 것이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진단입니다.

페론주의, 즉 페론이즘은 1946년 집권한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의 이름에서 나온 말입니다. 페론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과 그 이념을 뜻합니다.

오늘날 ‘페론주의’라고 하면 무상 복지 확대와 과도한 임금인상의 인기영합주의를 말합니다. 그는 “국민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한 해에 약 20%씩 노동자 임금을 올렸고 1947년에는 실질임금을 무려 25%나 올렸습니다.

페론 정권부터 공공지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1946년 GDP의 25%였던 정부지출은 페론 집권 2년 만인 1948년에는 40%를 넘어섰습니다. 시중에 어마어마한 돈이 풀리자 물가 상승도 뒤따랐습니다. 1946년 19% 미만이었던 물가상승률은 5년 만에 50%를 넘어섰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현금을 살포하면서 한때 수치상으로는 빈곤율과 빈부격차가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탄탄한 산업 기반이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소홀히 하고 현금 살포에만 집중한 결과 반짝 성공은 물거품이 되고, 재정은 파탄이 나고, 경제는 침체에 빠져들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페론 대통령은 풍부한 자원만 믿고 산업화는 도외시한 채 대국민 퍼주기에 열을 올렸고 그로 인해 경제가 아예 망가져버렸습니다.

1955년 군부 쿠데타로 페론은 실각했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잡으려는 후대의 권력자들이 인기영합주의인 페론주의를 답습하면서 그 망령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고, 경제는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1958년 이후 국제통화기금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은 횟수가 30차례에 달합니다.우리는 1997년에 외환위기의 고통과 혼란을 겪었는데, 아르헨티나는 그런 상황이 60여 년 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빚으로 빚을 갚고, 그렇게 해도 갚지 못할 정도로 경제의 자생력이 떨어져 9번의 디폴트, 즉 국가부도를 선언했습니다.

1989년에는 4,900%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최근인 2018년, 2019년 물가 상승률은 50% 안팎에 달하고 있습니다.대개 주요국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0% 내외입니다. 2019년 빈곤율은 35.4%이며, 국제통화기금 IMF는 아르헨티나의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아르헨티나를 빈곤으로 몰아넣은 페론주의는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위력을 발휘하며 나라를 흔들고 있습니다. 경제는 엉망인데도 공짜 지원과 과다한 임금 인상에 중독된 국민들은 더 많은 무상복지를 원하고,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또 다시 포퓰리즘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페론주의를 계승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즈 데 키르치네르 대통령 부부의 집권기에 경제는 더 피폐해졌습니다. 이 기간 정부가 지급하는 연금과 월급은 두 배로 올랐고, 정부에서 연금이나 월급을 받는 국민은 40%에 달하게 됐습니다.

포퓰리즘이 경제성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2015년 친기업 정책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선출됐지만, 2019년 대선에서는 또 다시 페론이즘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아르헨티나의 현실이 인기영합주의인 포퓰리즘의 산물이라는 것을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깨닫지 못하는 한,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복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이룩한 두터운 복지와 사회 안전망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제 발전과 재정건전성의 균형을 절대 도외시하면 안 됩니다.

탄탄한 산업구조와 튼튼한 경제 체력을 무시한 과도한 무상 복지와 빚잔치는 결국 파탄을 불러오고, 국가는 멈춰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꼭 명심했으면 합니다.

다음에는 베네수엘라의 비참한 몰락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