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성규(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저금리 기조를 바탕으로 한 시중의 부동자금은 수차례 주택부동산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시장의 각 부문마다 스며들어 불패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유독 상가 등 대형건축물의 분양시장에는 그 열기가 감지되지 않고 일찍부터 냉기만 감돌고 있어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상가분양이 경기에 민감한 특성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 내수경기의 회복세가 본격화되지 않은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공급과잉과 과도한 분양가인상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외면한 까닭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2005년 4월 23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건축물분양에관한법률'의 위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점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보여 진다.

동법은 2003년 6월의 이른바 ‘굿모닝시티 사기분양사건’을 계기로 상가 등 건축물분양시장에서 선분양으로 인한 피분양자의 피해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분양제도를 개선한 법령이다.

정책당국이 상당히 의욕을 가지고 만들다보니 선분양시 신탁계약이나 분양보증계약을 체결하고 분양신고를 하게 하는 등 분양사업자의 분양요건을 상당히 까다롭게 하고 있다.

분양대금의 사업 외 목적에 사용되는 것을 막고 자금관리를 전문성을 가진 신탁회사 등에서 관리하게 하고 있으며, 법령 위반에 대한 처벌수위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의욕이 큰 만큼 피분양자 보호에 치우쳐 시행자인 분양사업자의 사업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감이 적지 않다.

동법은 사업부지에 대한 저당권 등 담보물권의 설정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담보물을 갖고 있지 아니한 시행자는 사실상 금융기관 등에 프로젝트의 사업성만을 가지고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건설금융이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한 국내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비교적 상가 등 건축물시장보다 분양 등이 용이한 주택시장에조차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아직 초기단계인 점을 감안한다면 사업상의 리스크가 훨씬 큰 상가 등 건축물분양시장에서 담보 없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 피분양자 보호만을 강조하다보면 분양사업자의 사업수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게 된다.

최근 ‘굿모닝시티’의 피분양자들이 그 동안의 어려움을 딛고 시행자의 부도 등으로 중단되었던 사업을 다시 진행시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2003년 하반기부터 힘들여 만들어 온 법령이고 보면 상가 등 건축물분양시장에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투명하고 공정한 새로운 분양질서가 형성되어 분양시장의 활기가 크게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덧붙여 법령의 시행과 함께 건축물분양시장에 대한 정책당국의 관심도 입법당시의 초심이 유지되어 시장에서의 문제점이나 현실과의 괴리가 분명하게 부각될 경우 개선을 위한 정책 A/S가 보다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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