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 코로나19 장기화·우크라이나 사태 등 인상 부담 작용
경제성장률 3.0% 전망치 유지…물가상승률, 2.0% → 3.1% 전망치 상향
대선·새 한은 총재 선임 후 물가인상 등 고려 추가 인상 가능성 제기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2년 2월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2년 2월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한국은행이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연일 사상 최대 확진자 기록을 경신하는 코로나19 상황,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세차례나 잇달아 올리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4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했다. 금통위의 동결 결정에 따라 한국 기준금리와 미국 연준 기준금리(0.00∼0.25%)의 격차도 1.00∼1.25%포인트로 유지됐다.

이번 금통위 동결 결정은 ‘숨고르기’로 해석된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빅컷'(1.25%→0.75%)을 단행했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기준금리는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됐고 11월과 올해 1월에도 0.25%포인트씩 두차례 잇따라 상향 조정됐지만 이날 동결로 사상 첫 '세 차례 연속 인상'은 피했다.

또한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가 이번 금통위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예상했다고 밝힌 것처럼 금융권에서는 동결론이 우세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의 견실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민간소비 회복 흐름이 점차 재개되면서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올해 중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3%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가에 대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망 경로보다 높아져 상당 기간 3%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연간으로는 3%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올해 중 2%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1%로 크게 올려 잡았다. 한은이 당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로 내놓은 것은 2012년 4월 3.2%(2012년 상승률 전망치) 이후 약 10년 만이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금통위 견해와 마찬가지로 3.0%가 유지됐다.

향후 기준금리는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선이 끝나고 새 한은 총재가 주재할 4월 또는 5월 회의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 등 때문에 기준금리가 한 차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회의 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과 같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금융 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도 여전하다"며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계속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해 추가 인상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이어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에서 2.0%에 이를 것이란 시장 전망에 대해서 "시장의 그런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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