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비용·안보 위기·불통 이미지 어떡하나

▲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3.22 [국회사진기자단] 
▲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3.22 [국회사진기자단] 

[일간투데이 신형수 기자] 74년 간의 대한민국 최고 권력 이미지를 가졌던 청와대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삼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윤 당선인이 용산 시대를 삼은 것은 기존 청와대가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리고 용산 시대를 열어서 국민에게 더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윤 당선인의 설명이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이 마련된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하겠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어려운 일이지만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면서 단순히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로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주장했다.

광화문 집무실 대신 용산을 택한 이유에 대해 쉽지 않은 문제임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최소한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광화문 인근 시민들의 불편이 거의 재앙적 수준으로 파악했다면서 사과했다.

또한 용산도 대통령실 이전후보지 중 한 곳이었다면서 “선거 단계에서는 오픈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기존 청와대 본관, 영빈관, 녹지원, 상춘재 모두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반대가 있다는 점을 들면서 “제가 어렵다고 또 다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이제 다음 대통령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70년 넘게 권력의 정점 바로 옆에서 그 명멸을 지켜봐 온 청와대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동안의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물이었던 청와대를 이제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바꿔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사진은 청와대 모습. 2022.3.20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70년 넘게 권력의 정점 바로 옆에서 그 명멸을 지켜봐 온 청와대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동안의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물이었던 청와대를 이제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바꿔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사진은 청와대 모습. 2022.3.20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울러 미국 백악관 모델처럼 집무실과 같은 건물에 민간 최고의 전문가들과 소통해 주요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민관합동위원회’를 두는 공약도 이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경무대’로 사용했던 것에서 출발한 청와대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용산 시대 개막이 결코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의 부서 이동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윤 당선인이 사용하게 될 집무실은 국방부 신청사 1~5층인데 그 중 2층은 현재 국방부 장관 집무실이다. 따라서 국방부 장관 집무실을 옮겨야 한다.

윤 당선인은 합참 청사 이전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국방부가 합참 청사로 이전하는 문제는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합참 청사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고려해서 한미연합사와 함께 건물을 사용토록 건립됐다. 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하여 공간의 여유가 생겨 국방부와 합참청사로 이전하는데 큰 제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합참 청사는 연합사와의 협조를 고려하여 용산지역에 자리 잡았지만 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함에 따라 전쟁 지휘 본부가 있는 남태령 지역으로 이동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렇게 되면 합참은 평시와 전시가 일원화된 작전지휘 체계 유지가 가능하며 합참 근무자와 장병들도 보다 쾌적하고 안정적인 근무 여건이 보장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계획을 확정하면서 그에 따른 집무실과 주변 공간 구성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용산 대통령 집무실·시민공원 조감도. 2022.3.2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계획을 확정하면서 그에 따른 집무실과 주변 공간 구성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용산 대통령 집무실·시민공원 조감도. 2022.3.2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결국 합참은 수도방위사령부로 옮겨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국방부 장관실은 합참 건물 3층으로 이사가게 되는데 본관 내 직원들의 사무실은 실·국별로 합참 청사와 국방부 청사 별관 등으로 분산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통령 경호처도 현 국방시설본부 건물을 쓰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당분간 국방부와 ‘한지붕 두 가족’ 생활을 하다가 수방사로 완전히 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군부 내에서는 용산 이전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전직 합참 의장들이 이날 자신들의 명의로 용산 이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속전속결로 밀어 붙여선 안 된다”며 “군심과 민심이 흔들리지 않을 혜안을 발휘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 이동을 초래해 정권 이양기 안보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당장 국방 전산망, 전시 통신망, 한미 핫라인 등 주요 통신망은 제 역할을 못하게 되고 국방부와 다른 부대들 역시 재배치 될 경우 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 통합을 일컫는 C4I 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0 [국회사진기자단]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0 [국회사진기자단]

또한 “청와대 집무실로 국방부 청사를 사용한다면 적에게 우리 정부와 군 지휘부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목표가 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가 같은 지역에 있다면 그로 인해 적에게 동시에 노출이 된다면 그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직 합참 의장들이 자신들의 명의로 용산 이전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하지만 과연 윤 당선인이 이같은 입장을 고려할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문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다. 윤 당선인은 용산 이전으로 대략 500억원 정도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지만 곧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이나 군사 전문가들은 1조원 정도의 예산이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당선인은 국방부를 인근 합참 청사로 이전하는데 118억원, 경호용 방탄창 설치를 포함해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새로 꾸리기 위한 리모델링 등에 252억원, 경호처 이사비용 99억여원, 대통령 관저로 사용할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과 경호시설에 25억원 등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1조원이니 5000억원이니 얘기들이 나오는데, 근거가 없다”면서 예산을 예비비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예비비란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 한도에서 미리 책정하는 금액을 말한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3.21 [국회사진기자단]
▲사진=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3.21 [국회사진기자단]

국가재정법 제51조는 기재부 장관이 예비비를 관리하며, 예비비 신청을 심사한 후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이를 조정하고 예비비 사용계획명세서를 작성한 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용을 과소 추산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에 있는 사람들이 이동을 하게 되면 그로 인한 연쇄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500억원은 말도 안되는 비용이라는 것이다.

특히 합참을 수방사로 옮기게 된다면 그로 인한 비용 발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2003년 국방부 신청사 건립, 2012년 합동참모본부 단독청사 건립 당시 비용 자료 등을 토대로 추산을 했는데 국방부 본청(2200억원), 합참 본청(2200억원), 국방부 근무지원단(1400억원) 등을 이전하고, 청와대 경호부대와 경비시설 이전(2천억원) 청와대 숙소 및 직원 숙소 건설(2천억원)하는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첨단장비 등도 이전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생각하면 500억원이 아니라 수천억원은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안보 문제가 가장 걱정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청와대만 이전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방부 장관 집무실을 이전해야 하며, 연쇄적으로 합참을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이 한 지역에 함께 있는다는 것 자체가 전쟁 발발 시 동시 타격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안보 상으로 가장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 20일 국방부 청사 모습.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합참청사로 옮긴다. 2022.3.20
​▲사진= 20일 국방부 청사 모습.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합참청사로 옮긴다. 2022.3.20

또 다른 문제는 불통의 문제이다. 당초 청와대에서 광화문 시대를 열고자 하는 이유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게 된다면 오히려 국민과의 소통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것이 된다.

단지 청와대 부지만 국민에게 개방하는 꼴이 되는 것이고, 대통령은 청와대보다 더 구중궁궐인 국방부로 들어가기 때문에 국민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반대 여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대선 공약 때문에 많은 반대를 뿌리치고 용산 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거꾸로 불통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정 과정에서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용산 시대의 불가피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용산으로 정했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점에 대해서 앞으로도 집권기간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통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앞으로 상당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저항에 부딪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의 반대에 당분간 통의동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국방부 이전 의지를 강력하게 불태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방부 이전에 절반 이상의 반대 의사를 보였다. 이는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사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 23일자 리얼미터-미디어헤럴드 현안 여론조사. (그래픽=리얼미터 제공) 2022.03.23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 23일자 리얼미터-미디어헤럴드 현안 여론조사. (그래픽=리얼미터 제공) 2022.03.23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이 전 대통령이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하면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고, 촛불집회까지 이뤄졌다. 이로 인해 당시 명박산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고 국민에게 좀더 다가가기 위해 용산 시대를 열겠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졸속으로 결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것이 국민적 저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곧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과의 허니문 기간이 생각보다 짧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벌써부터 강하게 반대를 하고 있으며, 그 반대에 대한 명분은 확실하다. 이런 이유로 국민적 저항의 바람까지 탄다면 더불어민주당은 그야말로 허니문 기간을 생각보다 짧게 끝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울러 용산 이전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핵심 공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용산 이전에 대해 반대의 뜻을 내비치면서 그에 따른 지방선거의 표심 잡기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용산 이전에 힘을 실어달라면서 지지 호소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승리를 한다면 용산 이전에 난관이 예상되며, 국민의힘이 승리를 한다면 용산 이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측된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도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아직 대통령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 계속해서 문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3.22 연합뉴스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3.22 연합뉴스

청와대 이전 문제는 그 갈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단순히 업무 인수인계를 넘어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러다보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관계는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5월 10일 이전까지 여러 번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마다 청와대 이전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용산 이전을 두고 벌일 여야간 대결과 갈등이 윤석열 정부 출범초기 총리인준과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와 맞물려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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