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6건으로 역대 최고…선진국·개도국 가리지 않아
대한상의, "올해 더 높아질 위험 있어, 대응책 마련해야"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해 각국이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기술장벽'(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을 대폭 높여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조에 이른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산업보호무역주의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무역보호장벽을 높이는 추세에 발맞춰 안정적 통상환경 구축을 위한 주요국과의 협력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자료=대한상공회의소.

1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제무역 환경 실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된 무역기술장벽 건수는 총 3966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최대치였던 2020년(3352건)보다 18.3% 증가한 것이다.

무역기술장벽은 서로 다른 기술 규정이나 표준, 시험인증 절차 등을 적용해 국가 간의 자유로운 교역을 방해하는 무역 장애 요소로, 외국 상품의 진출을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비관세장벽 중 하나다.

대한상의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침체된 자국의 경제를 회복하고 첨단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술·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술규제를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면서 무역장벽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 대열에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도 빠지지 않았다. 이들은 에너지효율등급 규제 등 선진국의 기술규제를 차용해 무역기술장벽을 급격히 늘렸다.

지난해 국가별 무역기술장벽 통보 건수는 우간다가 50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브라질(443건), 미국(391건), 케냐(175건) 등의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117건으로 무역기술장벽 통보가 아홉번째로 많았다.

글로벌 보호무역과 핵심기술 보호주의는 선진국에서 전략 업종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를 억제하는 형태로도 나타났다.

대한상의가 유엔(UN) 무역개발협의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한 해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35% 감소한 9989억달러(약 1233조원)로 조사됐다. 또한 외국인 투자 규제정책도 전년 대비 2배 이상(21개→50개) 새로 도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요국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각국의 무역 제한 조치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세계적 팬데믹 상황 속에서 주요국들의 공급망 재편과 기술 주도권 경쟁, 탄소 국경세 도입 등 새로운 보호주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는 동시에 정교해지고 있다"며 "향후 미·중·러 패권 경쟁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이 더욱 부각될 전망인 만큼 통상 이슈에 대해 주요국과의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신속하게 자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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