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 기술자료, 중국 협력업체 제공 등 하도급법 위반
공정위, "위법성 인정돼도 고의성 없어…검찰고발은 안 해"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SDI가 하도급업체(수급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자료를 중국 협력업체에 넘기며 관련법상 절차를 지키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처분을 받았다.

18일 공정위는 삼성SDI의 기술유용행위, 기술자료 요구서면 사전 미교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억70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삼성SDI 기술자료 유용행위 개요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삼성SDI 기술자료 유용행위 개요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SDI는 2018년 5월 국내 하도급업체 A사가 보유하고 있던 다른 사업자의 기술자료인 운송용 트레이 도면을 받아 중국 현지 협력업체에 제공했다. 이는 중국 협력업체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이 협력업체는 삼성SDI와 중국 업체의 합작법인이 신규 개발할 예정인 부품을 납품할 예정이었다. 다만 중국 협력업체가 부품 개발에 실패하면서 삼성SDI를 통해 받은 트레이 도면은 활용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는 A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자료까지 하도급법상 보호 대상이 되는지를 놓고 삼성SDI와 당국의 의견이 맞섰다. 

삼성SDI는 A사가 작성해 소유한 기술자료를 취득한 경우에만 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하도급법의 목적, 법 문언상 의미, 다양한 거래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에 하도급업체가 매매·사용권 허여(許與) 계약·사용 허락 등을 통해 보유한 기술자료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원사업자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막기 위한 법 취지를 고려할 때 하도급업체가 작성(소유)한 기술자료로 좁게 볼 필요가 없고 이런 행위가 중소업체들의 기술혁신 의지를 봉쇄해 산업 경쟁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도급업체가 보유한 기술자료까지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상 보호 대상을 판단할 때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 보유와 소유를 구분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공정위의 최초 심결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삼성SDI는 2015년 8월∼2017년 2월 8개 하도급업체에 이차전지 제조 등과 관련한 부품 제조를 위탁하고 납품받을 때 기술자료 16건을 요구하면서 사전에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해당 기술자료를 통해 다른 부품 등과의 물리적·기능적 정합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등 자료 요구 자체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지만 법정 사항에 대해 사전 협의해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삼성SDI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검찰 고발 조처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국 협력업체가 기술자료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 "(부품) 제작 편의를 위해서 도면을 입수해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이라며 "(기술자료를 넘긴 동기가) 수급사업자에 대한 납품단가를 인하하거나 다른 대체 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니었고 수급사업자 피해 또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고 있으며 손해배상이 청구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제재 수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향후 하도급업체 보유 기술자료에 대해 원사업자가 부당하게 요구하거나 이를 받아 사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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