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인상 요구하는 하도급업체 거래 끊으려 경쟁사에 기술자료 제공
실무자 검찰 고발…검찰조사로 '윗선 지시' 밝혀지면 추가 고발도 가능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하도급업체와 거래를 끊을 목적으로 해당업체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에 넘겨 관련법을 어긴 가전업체 쿠첸이 당국으로부터 제재 처분을 받았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쿠첸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억22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 쿠첸 법인과 차장급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쿠첸 하도급거래 구조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쿠첸 하도급거래 구조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에 따르면 쿠첸은 하도급업체에 단위 물품들의 제조를 위탁하고 이를 납품받아 밥솥 등의 주방용 전자기기를 최종 조립해 판매해왔다. 쿠첸은 납품 승인 목적으로 2015년 11월에서 2018년 11월까지 하도급업체 A사로부터 인쇄 배선 기판 조립품 기술자료 13건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A사와의 거래를 끊을 목적으로 이 자료들을 2018년 3월에서 2019년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제3의 업체들에 넘겼다. 2018년 3월 쿠첸은 A사의 경쟁업체인 B사를 신규 협력사로 등록하기 위해 A사의 기술자료를 B사에 넘겼다. 이후 A사가 하도급 물품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거래처로 바꾸기 위해 B사와 또 다른 업체 C사에 A사의 기술자료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 쿠첸은 내부적으로 A사와의 거래 규모는 25%에서 0%로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을 계획했다. 구매팀 내부에서 "A사에 끌려다닐 수 없으니 업체 변경을 지속해서 추진하자"고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목적으로 쿠첸은 A사의 기술자료를 C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다시 전달했고 A사와의 거래는 2019년 2월 종료됐다.

공정위는 쿠첸이 거래상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차례 부당하게 유용한 점, 신규 경쟁업체를 협력업체로 등록시키고 거래처를 변경하는 목적을 달성한 점, 기존 하도급업체와는 거래를 단절하게 된 점에서 위법행위의 부당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쿠첸은 2015년 11월에서 2018년 12월까지 A사를 포함한 6개 하도급업체에 부품 제조를 위탁하고 해당 부품 제작과 관련된 기술자료 34건을 요구하면서 사전에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공정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쿠첸의 이 같은 위법행위를 적발했다. 하지만 실무자로부터 '일부 행위는 윗선에 보고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도 윗선의 지시 여부는 밝혀내지 못해 우선 실무자를 검찰 고발했다. 추후 검찰 조사를 통해 윗선 지시 여부가 밝혀지면 검찰의 고발 의뢰, 공정위의 재고발 등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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