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한 사람을 믿고 돈을 맡겼으니 정말 통곡할 노릇이다" 미래저축은행 직원의 분통터지는 외침이다. 직원들이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수천만 원씩 모아 100억 원 가까이 증자했는데 배심감에 치가 떨린다는 것이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이 회사 돈 200억 원을 찾아 밀항하려다 체포됐다. 자산규모 1조7600억 원이나 되는 대형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불과 사흘 앞두고 도주 행각을 벌였다는데 분통을 터트렸다.

경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소형 어선을 이용해 공해상까지 간 뒤 중국 선박으로 옮겨 타 중국 산둥성으로 밀항하려한 것으로 밝혀졌다. 체포 당시 김 회장은 현금 1200만원을 담은 가방과 여권을 갖고 있었다. 해경은 밀항 계획 첩보를 입수·감시해 오다가 검거한 것이다. 김 회장은 3일 회사 명의의 우리은행 수시입출금식계좌(MMD)에서 영업자금 203억 원을 인출했다. 김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5일 오전 저축은행 경영평가위원회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그의 사기행각은 30년 전 부터였다. 1980년부터 3년 동안 서울대 법대 복학생 행세를 하다 결혼까지 했다. 그런 회장을 믿고 직원들은 작년 9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퇴직금 중간 정산까지 받아 100억 원을 증자대금으로 넣었다.

저축은행 영업정지사태는 한탕주의에 빠진 저축은행의 탐욕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도 처리를 미뤄온 금융당국의 감독 실패가 만든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업 정지된 대형 저축은행은 왜 부실 비리 은행이 되었는가. 한 번에 큰돈을 볼 수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저축은행의 자산은 7조3297억 원으로 저축은행 업계 전체 50조원의 12%를 넘는 것으로 집계돼 영업정지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실 경영의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는 고사하고 고객과 회사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한 것이다. 부실 저축은행의 사태는 전 금융계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다. 고객들의 은행에 대한 불심감이 커 향후 저축심을 자극하는 데로 몰고 가면 경제 질서가 파괴된다.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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