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공개를 언급해 귀추가 주목된다. 조 전 청장은 검찰 출두를 앞두고 "차명계좌가 어느 은행에 누구 명의로 돼 있는지 모두 까겠다"고 말했다. 이제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의 봉인됐던 진실의 한 단면이 밝혀지는 것을 보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9년 5월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관련 혐의를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면서 "역사적 진실을 수사 기록에 남겨 영구 보존될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은 2010년 8월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바로 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조 전 청장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다시 꺼진 불이 불붙기 시작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 유족과 노무현재단이 조 전 청장을 사자(死子)에대한명예훼손혐의로 고소·고발해 수사가 진행돼 왔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죽은 마당에 생존 시 계좌가 밝혀져 정치적·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검찰 수뇌부가 실제로 이상한 돈의 흐름이 나왔다면 틀린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식의 말을 흘림으로써 논란만 확대시키고 있다. 조 전 청장이 "차명계좌 얘기를 누구에게서 어떻게 들었는지는 밝히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자신의 발언을 책임지려는 모습으로 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자신의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런 조 전 청장의 소환조사를 확인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그 누구의 죽음이든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정치 현실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직계 인사인 문재인 이사장을 비롯해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정치적 상위권에서 활약하고 있는 마당에 차명계좌의 파문이 크게 미쳐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점을 그대로 지나칠 수 없다.

"사자는 말이 없다"는 말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일이 많다. 왜 권력을 쥔 사람들이 죽은 후까지 계좌문제로 시끄럽게 하는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는 만큼 불미스러운 일이 노출되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사실과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명리 앞에 또 갈등을 느끼게 한다. 어쨌든 조 전 청장이 차명계좌 진실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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