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욱신 경제부 기자.
▲이욱신 경제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오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이뤄질 청와대 개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관람을 희망하는 신청자수가 개방 첫날 수용가능인원 2만6000명의 3배가 넘는 8만3355명으로 집계되며 바람을 일으키더니 누적 신청인원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1104년 고려 숙종이 남경 궁궐을 세운 이래로 918년 동안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권력자들의 공간을 밟아 본다는 역사적 감회를 하루빨리 느껴보고 싶은 정서의 표출이리라. 

이렇게 청와대가 역사의 뒤켠으로 물러나면서 용산에 마련되는 새 대통령의 집무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는 15일까지 전 국민을 상대로 새 대통령 집무실 명칭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윤 당선인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임시로 ‘피플스 하우스(People's house)’를 제안했다.        

우리말로 ‘인민의 집’ 또는 ‘민중의 집’으로 번역되는 피플스 하우스는 원래 유럽에서 노동계층 사람들이 모여서 여가와 문화를 즐기던 곳이었다. 구 러시아 제국 시절 톰스크에서 ‘나로드니 돔’으로 처음 생긴 이래로 영국에서는 피플스 하우스, 스페인에서는 ‘카사 델 푸에블로(casa del pueblo)’, 프랑스에서는 ‘메종 뒤 푀플(maison du peuple )’ 등으로 불렸다. 

특히 스웨덴의 ‘폴크헤메트(folkhemmet)’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자본주의와 전면 국유화를 통한 경직적 공산주의를 모두 지양하고, 계급협조에 기반한 호혜적 평등관계를 지향한 스웨덴 사회민주주의를 표상화한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1928년 페르 알빈 한손(Per Albin Hansson) 스웨덴 수상은 한 연설에서 “폴크헤메트는 시민들을 특권층과 수난층, 지배자와 피지배자, 부자와 빈자로 나누는 모든 사회·경제적 장벽들을 없애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그 동안의 행보를 보면 피플스 하우스의 이상에 부합했는지 의문스럽다. 새 정부 각료 후보자들 중에는 의혹이 주렁주렁이지만 윤 당선인이 강조한 '능력'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모르쇠다. 대선 모토였던 '공정'과 '상식'은 어디로 갔는가. 용산 집무실 이전도 당선인의 일방적 선언과 ‘무조건 직진’만 있을 뿐이었다.    

피플스 하우스에서 루마니아 독재 정권의 말로를 상징하는 ‘카사 포포룰루이(Casa poporului)’가 떠오른다는 날선 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윤 당선인은 곱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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