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한 대신 차입금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에도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통화긴축 등 고조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코로나19 이전(2018∼2019년)과 이후(2020∼2021년)로 시기를 나눠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실적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이후 2년간 매출액과 영입이익 누계는 1666조5000억원, 130조원을 기록해 직전 2년 대비 각각 5.8%, 5.9% 늘어났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로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 기업(삼성전자·SK하이닉스)을 제외해도 매출은 1228조4000억원으로, 이전 대비 3.7% 증가했다. 영업이익(60조8000억원)은 43.4%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투자는 이전 대비 8.6% 증가한 149조2000억원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설비를 늘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63조9000억원을 제외한 투자는 11.4% 감소했다.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투자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전자(18.0%), 정보·통신(14.4%), 의약품(8.3%) 등 비대면 수요 활성화 수혜 업종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투자가 증가했지만 유통(-85.1%), 운수·창고(-23.7%), 음식료(-20.1%) 등 대면 업종은 크게 감소했다.

또 대기업들은 코로나19로 확대된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호실적에도 차입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이후 100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은 총 244조6000억원이었다. 투자(189조1000억원)와 배당·이자(59조5000억원)로 지출한 현금 248조6000억원과 엇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100대 기업의 총차입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23조7000억원(9.7%)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총 104조10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16.6%(14조8000억원) 늘었다. 100대 기업의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도 지속 증가해 지난해 말 164조8000억원까지 늘어나면서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통화긴축 등으로 기업들이 당면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난해보다 더욱 확대됐다"며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와 배당에 지출한 뒤 남은 현금이 충분치 않자 차입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