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융위원장·금감원장 검증 장기화에 부위원장 먼저 임명
경실련, "관료·검찰 출신 수장 임명, 금융감독 관치화 속셈" 성토

▲김소영 신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소영 신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공석인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대신에 금융위 부위원장 인선을 먼저 실시했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 과거 관료, 검찰 출신 인사가 거론되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임명했다. 

통상 정부 부처 인사는 장관급 다음에 차관급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날은 앞서 사의를 표명한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감원장의 후임 인선이 안 된 가운데 갑자기 금융위 부위원장이 먼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주요 경제부처 인사를 함께 발표하기 위해 이들 자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하는 기간이 길어지자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 인사검증이 끝난 김 교수부터 먼저 발표한 것이란 관측이다. 김 신임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김 신임 부위원장은 임명 발표 직후 문자 메시지를 통해 "국내외 금융리스크가 확대돼 경제와 금융의 전반적인 상황이 어려운 중차대한 시기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취임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비상한 각오로 소임을 다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별도 취임식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했으며 18일 내부 회의 주재 등을 통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처럼 금융위 부위원장이 임명됨에 따라 조만간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인선도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주 내 발표가 예상되지만 이들 금융 수장에 대한 인사 검증과 더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0∼22일 방한이 걸려있어 인선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원장으로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지낸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장은 검사 출신들이 유력 후보군에 들어가 있다. 정연수 김앤장 변호사와 이석환 서정 대표변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박순철 전 남부 지검장, 박은석 법무법인 린 변호사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대해 시민단체는 부정적이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2016년부터 우리금융 경영연구소를 거쳐 현재까지 여신금융협회장으로서 활동하면서 오랜 기간 금융정책이나 공익과는 거리가 꽤 멀고 민간회사의 사익추구에 보다 적합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장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로 금융의 전문성이 전혀 없는 검사 출신들이 거론되고 있다"며 "이번 정부 들어 금융감독을 관치화시키려는 속셈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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