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소비자물가상승률·기대인플레이션율 '급한불' 끄기
미 연준 빅스텝 금리인상 따른 한·미 금리 역전 우려도 고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한국은행이 불과 한달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올렸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안 등으로 치솟는 물가상승률이라는 '급한불' 끄기에 나선 것이다. 

2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대유행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선 데 이어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아홉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26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통화정책 정상화' 시동을 걸었다.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에 이어 이날까지 최근 약 9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다섯 차례, 모두 1.25%포인트 높였다. 특히 금통위가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7월과 8월에 이어 14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금통위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연속 추가 인상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불안 등의 영향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4.8%나 뛰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또한 경제 주체들의 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강해진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물가도 지난달까지 넉달 연속 올랐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9.2%에 이른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는 미국의 추가 빅 스텝에 따른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2년 만에 빅 스텝을 밟아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당시 한국(1.50%)과 미국(0.75∼1.00%)의 기준금리 격차는 0.50∼0.75%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을 웃돌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더구나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지면 해외자금의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 이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두 나라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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