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지만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지금도 살아있다. 그의 선서에 따르면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오늘날 어찌된 일인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하나의 휴지조각에 불과하게 됐다. 포괄수가제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수술 거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안과의사회가 다음달 1일부터 1주일간 백내장 수술 등을 거부키로 한데 이어 외과와 산부인과 이비인후과도 이에 동참키로 했다.

환자 1명의 건강은 말할 것 없이 생명은 귀중하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명분에서나 방법에서나 모두 옳지 않다. 포괄수가제는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표준화된 진료비를 내는 제도로 과잉 진료방지가 목적으로 돼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2009년 1인당 보건의료비용 연평균 증가율이 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6%를 크게 웃돈다. 평균 입원일수도 14.6일로 2배난 많다. OECD도 “이대로 가면 한국의료의 지속가능성이 없다”며 포괄수가제 확대를 권고할 정도다.

1997년 도입된 이 제도는 2002년부터 참여여부를 선택토록 한 이후 진료기관 71.5%가 동참하고 있다.
지난 2월 의협 등이 참여한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미 결정 난 사항이기도 하다. 대한의사협회가 뒤늦게 반대하고 나선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의사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명분여하를 떠나 있을 수 없는 처사이다. 의협측은 제왕절개나 맹장수술처럼 응급을 요하는 경우는 제외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술거부로 환자들이 치명적 피해를 보지 않는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구약시대 10계명 보관한 법궤는 전쟁터는 물론 어느 곳에 이동할 때는 늘 귀중하게 이동을 했다.
오늘날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병원에 걸려있는 하나의 장식품에 불과하다. 응급환자의 경우 병원을 찾으면 우선 원무과에서 가서 보호자가 수속을 마쳐야 환자로 취급 받는다. 그러니까 병원에 찾아가면 환자 앞에 ‘돈’을 먼저 내민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전치료 무전 퇴짜’의 실태를 보이고 있는 실태다.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지 상술(商術)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
당국은 수술 거부가 강행될 때는 법과 권한에 따른 최대의 강력한 제제를 가할 것을 지적한다. 생명은 귀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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