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직트리 분석결과…사고원인 네 가지로 분석
허영인 회장,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봐야
"눈 가리고 아웅을 더 이상 묵고하지 않을 것"

▲ SPL 산재사망사고 대책회의 기자간담회에서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유정무 기자
▲ SPL 산재사망사고 대책회의 기자간담회에서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유정무 기자

[일간투데이 유정무 기자]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2인1조 작업 개선, 교반기 공정 개선, 주야 12시간 맞교대 개선 등이 이뤄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SPL 산재사망사고 대책회의가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고원인분석·제도개선안·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적용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강규형 SPL 지회장, 박정호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의장, 한창수 민주노총경기본부 노안부장,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권영국 파리바게뜨 공동행동 대표(변호사),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대책회의에서 먼저 현 기획국장은 사고원인과 제도개선안을 담은 사고 중간보고서를 통해 로직트리(Logic tree)를 이용한 사고의 인과관계를 살펴봤다.

현 기획국장은 로직트리 분석결과를 통해 사고원인을 ▲2인 1조 작업이 무시된 1인 작업 ▲두 번째 생산속도를 위해 안전조치 위반(자동멈춤장치 해제 덮개 열고 잡업, 손을 넣어 작업) ▲소스 투입 작업 완화 개선 요구 무시(3인 1조) ▲교반기 안전망 없음 등 이렇게 총 네 가지로 분석했다.

이런 분석을 통해 산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적인 개선안도 제안했다.

개선안에는 2인1조 작업 개선, 교반기 공정 개선, 주야 12시간 맞교대 개선, 내실 있는 1000억원 투자 운영과 합동검증위원회 구성, 사고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이 있었다.

아울러 권 변호사는 SPC 허영인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SPL 근로자에게 발생한 사건이며, SPL의 근로자 수는 1135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 사건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도 강동석 SPL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입건했다고 보고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SPL은 SPC 그룹의 계열사이며 SPC 그룹은 허영인 회장의 일가가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SPL 지분의 100% 소유, 사실상 허영인 회장이 파리크라상과 자회사인 SPL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SPL 평택공장 사고에 대해 허 회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SPL 경영책임자는 어떤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했는지,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발생의 결과 사이에 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될 수 있어서다. 

다만 앞서 허 회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의 답변은 수사에 앞서 스스로 꼬리 자르기를 하겠다는 답변이었다고 권 변호사는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허 회장을 SPL의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강동석 SPL 대표이사와의 공범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상의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는 형식적인 지위나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끼임으로 인한 사고가 3주 동안만 벌써 세 번째다. 이는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숱하게 벌어진 SPC 노동자의 생명 안전 실태가 이제야 비로소 세상에 공개되고 있다"며 "SPC의 책임을 묻는 일에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해결 없는 애도만의 정치를 계속하는 것이 아닌, 억지 사과만을 반복하는 SPC에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을 묵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박 의장은 "우리가 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살려고 출근했는데 왜 죽어서 돌아오는지, 먹고 살려고 현장에서 일하는데 모르겠다"며 "우리는 안 죽고 안 다칠 수 있다. 영국의 살인기업법을 적용하는 것이다"며 호소했다.

한편 이달 15일 SPC 그룹 SPL 평택공장에서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으나 이튿날인 16일 사고기계에 흰 천을 덮고 계속 작업을 진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공분을 쌓았다. 

또 지난 19일에는 사고 후의 후속 조치, 사과무, 재발 방지에 대한 내용의 보도자료가 아닌 SPL그룹이 영국 런던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열었다는 형식의 보도자료를 배포함에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에게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그 결과 지난 21일이 돼서야 SPC 그룹 허영인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또다시 SPC 계열사인 성남 샤니 공장에서 빵을 검수하는 작업 중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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