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택배 수요에 로봇배달서비스 확산
로봇 없는 배달·배송, 상상할 수 없는 시대 온다

▲ 배민 서빙로봇 딜리. 사진=우아한형제들
▲ 배민 서빙로봇 딜리. 사진=우아한형제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송파구 송리단길에서 양식집을 운영하는 권향진씨는 서빙로봇을 4년째 사용 중이다. 25년 요식업에 종사한 그는 서빙로봇의 장점으로 손님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권 사장은 "물이나 음식을 서빙할 때 손님과 접점이 있지만 너무 바빠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없다"며 "서빙을 서빙로봇 '딜리'(dilly)에게 맡기면 저는 손님에게 한마디라도 더 친절하게 말할 수 있다. 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로봇배달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앞으로 생산인구 감소 및 계속 늘어날 음식, 생필품, 택배 등 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배송할 수 있는 라스트마일의 새로운 인프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술동향조사기관 럭스리서치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택배 물량은 지난 2020년 100억개에서 오는 2030년 약 298억개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대표 주거유형인 아파트에 배송하기 위해서는 실내외 환경을 모두 고려한 자율주행이 핵심으로 꼽힌다. 자율주행 서빙로봇 딜리를 상용화한 우아한형제들은 배달과 접목한 로봇 사업을 톡화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은 2019년 11월 서빙로봇 렌탈 사업 시작한 이후 올해 6월 기준 전국 700여 개 매장에 1230여 대의 서빙 로봇을 공급했다. 매장에 설치된 서빙 로봇은 하루 평균 6시간씩 월 2000여 건의 서빙을 수행하며 외식업 사장님들의 도우미 역할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누적 로봇배달 주문건수가 1만건 넘게 로봇으로 음식, 생필품 등을 배달했다. 수원 광교 앨리웨이에서는 2년넘게 실외에서 실내까지 로봇이 실외 가게에서 음식을 픽업해 공동현관문을 자동으로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서 문 앞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런 실내외를 동시에 같이 하고 있는 로봇배달서비스는 전 세계 우아한형제들이 유일하다. 우아한형제들이 실내외 주행을 고려하며 자율주행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 중 가장 많은 경험과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평가 받는 이유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에만 안주한다면 급격하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과 생활 패턴에 대응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배민은 이러한 끊임없는 도전과 새로운 투자들을 계속 하고 있다"며 "배달 로봇 또한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7년 9월부터 로봇사업추진단을 설립하며 배달로봇 사업을 준비하면서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로봇(딜리드라이브) ▲실내 자율주행 층간이동 배달로봇(딜리타워) ▲실내 자율주행 서빙로봇(딜리플레이트) 등을 운영하며 로봇 보급과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 기술의 활용이 단순 인건비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넘어 매출성장과 고용창출, 궁극적으로는 고객만족으로 이어진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 배달로봇 딜리의 D2D(Door to Door) 서비스 현장. 사진=우아한형제들
▲ 배달로봇 딜리의 D2D(Door to Door) 서비스 현장. 사진=우아한형제들

■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

딜리 드라이브는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로봇이다. 가까운 거리의 매장 음식, 물품을 고객이 있는 곳까지 안전하게 배달한다. 매장에 직접 찾아갈 필요 없이 로봇으로 배달 받을 수 있다.

딜리드라이브는 주거지 역을 중심으로 반경 1km이내의 상권으로부터 근거리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민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로봇이 가게 앞으로 출발해 매장에서 음식을 싣고 주문자가 있는 곳까지 최적의 경로로 찾아간다.

2020년 8월부터 현재까지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인 경기도 수원 광교 앨리웨이에서 4~6대의 딜리드라이브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시범운영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실외에서만 움직이던 딜리드라이브가 실내외를 오갈 수 있도록 기능이 향상됐다. 현재는 공동 현관문과 연동해 실내로 진입해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 주문한 세대 앞까지 배달한다.

딜리드라이브는 6개의 바퀴로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시속 4~5km로 주행한다. 한 번 충전하면 8시간 이상 운용할 수 있다. 라이트가 장착돼 야간 주행도 가능하다. 한 번에 도시락 6개 또는 음료 12잔 정도의 음식을 배달할 수 있다. 또 배달비와 최소 주문금액이 없어 김밥 한 줄, 커피 한 잔도 쉽게 배달시킬 수 있다.

딜리드라이브는 앞서 2019년 11월 18일부터 25일 동안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테스트는 건국대 학생들이 지정된 식당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시키면 딜리드라이브가 식당에서 주문물품을 싣고 주문자가 있는 곳까지 배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5일 동안 총 주문 수는 2219건이었으며, 총 주행거리는 1250km였다.

배민은 딜리드라이브가 실내외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했다. 아파트 1000여 세대에 각각 QR코드를 부여해 배달로봇이 각 세대의 위치를 인식하도록 했다. 로봇은 배달 접수 후 세대 위치, 동 호수를 인식하고 사전에 입력된 경로에 따라 이동하며 배달을 수행한다.  그동안 로봇배달 서비스 상용화의 발목을 잡았던 공동현관문이나 엘리베이터 연동 문제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해 해결했다. 딜리드라이브는 주문자의 아파트 동 입구에 들어서면 HDC랩스의 홈IoT서버와 연동해 1층 공동현관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아파트 내부에 진입하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엘리베이터 관제시스템과 연동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주문 세대로 이동한다.

▲ 실내 배달로봇 딜리타워가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 실내 배달로봇 딜리타워가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 실내 자율주행 층간이동 배달로봇 '딜리타워'

딜리타워는 자동문이나 엘리베이터와의 연동을 통해 건물 내에서 스스로 음식이나 물품을 배달할 수 있는 로봇이다. 딜리타워를 건물 1층에 배치, 운영하면 건물 내에 있는 주문자가 라이더와 직접 만나지 않고 배달받을 수 있다. 라이더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돼 배달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오피스·호텔·주상복합 등에서는 건물 내에서 층간이동까지 가능한 딜리타워를 통해 배달원 없이 로봇으로 동일 건물 안에서 배달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오피스에 입점한 가게 점주, 주문자 등이 배달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건물 내 고객은 층간이동 없이 비대면 배달을 받을 수 있고, 점주는 로봇을 통해 더 많은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딜리타워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 영등포구 주상복합아파트인 '포레나 영등포'와 서울 광화문 오피스 건물인 'D타워'에서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배민은 올해 7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올해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 딜리타워를 도입했다. 제1여객터미널 공항 이용객이 QR코드를 통해 터미널 면세구역의 음식점이나 카페의 음식,  음료를 주문하면 딜리타워가 고객이 있는 위치까지 배달하는 방식이다.

▲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S는 손님이 예약 여부와 방문 인원을 체크하면 점원의 설정에 따라 로봇이 목적지로 안내한다. 사진=우아한형제들
▲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S는 손님이 예약 여부와 방문 인원을 체크하면 점원의 설정에 따라 로봇이 목적지로 안내한다. 사진=우아한형제들

■ 실내 자율주행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

'딜리플레이트'는 2019년 11월 국내 최초로 민간 식당에 공급·운영하는 렌탈프로그램의 형태로 상용화됐다. 서빙로봇이 단순반복 업무나 야간 근무 등 어려운 일을 대신하면, 점원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고 고객 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점원이 딜리플레이트의 선반에 음식을 올려놓고 테이블 번호를 누르면, 딜리플레이트가 알아서 주문자의 테이블까지 최적의 경로로 음식을 싣고 찾아간다. 도중에 길을 막고 있는 장애물을 마주치면 스스로 피한다. 서빙에 도움을 줘 효율 높이고 직원들은 고객 서비스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것이 장점이다. 점주는 직원 또는 아르바이트생 일정을 짜고 조율하기가 수월해진다.

딜리플레이트는 올해 2월 기준 약 500개 매장에서 630여 대가 운영 중이다. 매장에 설치된 서빙 로봇은 하루 평균 8시간씩 월 2000여 건의 서빙을 수행 중이다.

배민은 올해 3월부터 SK쉴더스와 손잡고 새로운 렌탈프로그램과 신규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S'를 도입했다. 앞으로 SK쉴더스는 서빙 로봇 관련 영업 및 상담·계약 등 고객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배민은 로봇 설치·A/S·기술 지원 등을 담당하게 된다.

안전한 서빙이 가능하도록 흔들림 없이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을 강화해 제품 안정성을 높였고, 레이저 레이더, 위치 카메라 등을 탑재해 장애물 회피 능력이 우수하다. 또 10.1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충돌방지를 위해 회전방향을 미리 알려주고, 손님 방문 시 테이블 위치 안내와 메뉴 추천 등 접객도 가능하다. 3시간 반 충전하면 최대 15시간까지 연속 주행을 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로봇배달서비스는 앞으로 배달원을 도와 더 효율적인 음식과 생필품 배달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근거리 배달을 수행하거나 아파트 단지 내 라스트마일 배송을 로봇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세탁기없는 빨래와 냉장고없는 음식 보관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우아한형제들은 배달로봇 없는 배달과 배송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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