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조달은 3.02%, 빌려줄 땐 5.55%~8.92%
51일~180일 구간 평균 금리 모두 9% 넘어
업계 "인건비, 주가 하락…담보 위험성 때문"

▲ 사진=국회 정무위원회 무소속 양정숙 의원
▲ 사진=국회 정무위원회 무소속 양정숙 의원

[일간투데이 유정무 기자] 국내 29개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싸게 자금을 조달해 고객에게 빌려줄 때는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금리 장사로만 수천억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양 의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9월 말 현재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융자받는 금리는 3.02% 수준이다. 

하지만 증권사가 고객에게 대출해 줄 때 받는 금리는 최저 5.55%에서 최고 8.92%였다. 여기서 문제는 금리차가 2.53%포인트에서 5.90%포인트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이 0.97%포인트에서 1.83%포인트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보다 최대 6배 높은 편이었다. 

양 의원은 증권사,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손쉽게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대출해줄 자금 일부를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융자해오고 있다. 

지난 2017년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과 평균금리는 3조2591억원으로 1.52% 수준이다. 

지난 2018년에는 4조2830억원 1.78%로 크게 증가했고, 2019년 3조8725억원 2.01%로 주춤했지만, 2020년에는 다시 5조 1700억원 1.27%, 지난해에는 7조3675억원 1.05%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월 8조4865억원 1.50%로 낮은 금리 속에 융자금액은 크게 늘었지만, 9월 말에는 7조6852억원으로 1월에 비해 융자금액은 다소 줄었고,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3.02%까지 오른 상태다.

이와 관련해 양 의원은 고객에게 빌려 줄 때는 고금리로 바가지 대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가 고객에게 대출해주는 금리는 대출 기간에 따라 9개 구간으로 나뉜다. 

최소 1일에서 7일까지 최대 180일 초과 구간으로 나뉘며, 이 중 1일에서 7일까지 구간의 평균 금리가 5.55%로 가장 낮았고, 151일부터 180일까지 구간 금리가 8.92%로 가장 높았다.

151일부터 180일까지 구간을 기준으로 금리를 보면, 29개 증권사 중 21개 증권사의 금리가 9%를 넘어섰다. 이어 8%대 4곳, 7%대 3곳, 6%대는 단 1곳에 불과했다. 

특히, 유안타증권은 10%를 넘겼고, 삼성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 대형 5대 증권사 금리도 모두 9%를 넘어섰다.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빌려준 신용융자 규모는 지난 2018년에 9조4079억원에서 2019년 9조2134억원, 2020년에는 19조2213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20조원을 넘어 23조886억원에 달했고,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지난 9월 말 현재에도 17조1648억원을 대출해주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가장 많은 대출을 해 주고 있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2조6489억원) 이었으며, 삼성증권(2조5967억원)과 키움증권(2조4434억원)이 뒤를 이었다.

양 의원은 증권사가 금리마진으로 매년 수천억 수익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와 고객들에게 높은 이자를 받아 챙기면서 생긴 수익도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9월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조달한 7조6852억원을 기준으로 조달금리와 대출금리차가 최저치인 2.53%포인트일 때 년간 수익은 1944억원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대 금리차인 5.90%포인트를 적용하면 4534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누적된 수익과 향후 발생 될 수익을 감안한다면 증권사가 거둬들였거나 벌어들일 수익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양 의원은 이런 증권사의 금리장사에 대해서 지적과 동시에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증권사들의 금리마진율이 은행 뺨치는 수준”이라며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융자받아 고객에게 높은 이자를 받는 식으로 그동안 막대한 바가지 장사를 해 온 셈이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대출해 줄 때에는 주식 등 확실한 담보를 설정하면서 이같이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이제 증권사들도 은행 예대마진 공시와 같이 조달금리와 대출금리를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양 의원의 지적에 대해 관련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도 신용대출을 권장하고 있지는 않다"며 "관련 부서의 인건비나 주가 하락 등에 대한 담보의 위험성 때문에 신용대출 이자가 조금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만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다 보니 마냥 조절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며 "시장금리가 오르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이 사이에서는 갭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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