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익 선임기자
▲배상익 선임기자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MBC와 충돌 이후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기자회견마저 생략한다면 결국 언론과의 소통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도어스테핑도 다수의 참모들이 윤 대통령에게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건의하자 출근길 가자들과 맞닥뜨리는 청사 1층 로비는 나무 합판으로 가벽을 설치 봉쇄된 후 한달 넘게  중지된 상태다.

지난주 국민과 대화 형식의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통해 윤 대통령의 신년 비전을 국민패널 100여명을 초청 대화하며 직접 생중계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당초,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각 부처 장관들이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이 보완 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국정과제 이행 과정에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국민과 함께 점검하고, 국민의 의견을 듣는 자리로 회의 방식을 바꾸어 진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지난 21일부터 내달까지 이어지는 대국민 보고 방식의 정부 부처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윤 정부의 국정 계획과 방향을 직접 전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이제 까지 기자들을 통한 간접적인 소통에서 국민들과 직접 소통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통보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정과제 회의와 부처 업무 보고는 기자들이 각종 현안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며 정치, 경제, 외교, 국방등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밝히는 신년 회견과는 성격이 다르다.  

참석한 국민이 질문을 한다고 해도 언론만큼 구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접근하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쓴 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년 회견은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처음 도입 이후 대부분 대통령들이 이를 통해 그해 국정 목표를 제시하고 국민이 궁금해 하는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는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민주화 이후 취임 첫 신년 회견을 거른 대통령은 없었다.

대통령실은 외교 일정이나 일부 비공개 일정의 경우 관계자 동선이 모두 노출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MBC 기자와 충돌 직후  언론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경호처에서도 또다시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현재 가벽 앞에 반투명 유리문 설치 공사를 해 작업이 완료되면 가벽을 걷어낼 예정이다.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면서 국민과 소통 강화를 하겠다는 '용산 시대'의 가장 큰 명분이다. 

또 청와대가 구중궁궐이란 비판을 제기하며 기존의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 대통령 국정운영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바로 다음 날인 지난 5월1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총 194일간 61차례 도어스테핑을 이어왔다.

그런데 정치적 화법이 부족한 윤 대통령의 거친 발언이 매일 생중계되고 '대통령 실언 실수'가 그대로 반복되며 노출되자 여권에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 관련 재발 방지 방안이 나올 경우 도어스테핑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인데 영구적으로 폐지할 경우 청와대 이전 명분이 약해질 수 있어 고심중이다. 

그런데 무엇을 방지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의 실수에 대해 보도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인지 곤란한 질문을 미리 방지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부부처 업무보고는 통상적으로 신년에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상식인데 기자들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연말부터 전격 진행하며 바쁜 국정과 외교 일정등을 이유로 기자회견을 대체한다는 발상도 참으로 기발하다 못해 기이하다.

대통령실에서 밝히고 있는 대통령의 연말까지의 일정에도 특별한 외교 일정이나 중요한 현안이 없는 실정이다.

언론의 권력 감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대통령이 언론과 소통하는 것은 기본적인 의무다. 

기본적인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이 기회가 될 때마다 결국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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