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이지 않는 것' 포스터. /하랑갤러리 제공
▲사진='보이지 않는 것' 포스터. /하랑갤러리 제공

[일간투데이 한지연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은 주로 ‘추상(抽象)’하면서 표현한다. 추상한다는 행위는 본질을 더 어렵고 희미하게 하는 행위가 아닌, 사전적 의미 그대로 ‘개별적인 사물이나 개념들로부터 공통점을 파악하고 추출하는 행위’다. 

그런 의미에서 추상미술을 해석한다면 우리가 접하는 일상, 풍경 등에서 작가들의 시선으로 추출된 보이지 않는 풍경은 작가들이 요약하고 파악한 서술적인 풍경들인 셈이다.

종로구 부암동 하랑갤러리는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이는 것을 표현하는 하지희, 이형준 작가의 작업 세계관을 선보인다. 

▲사진=하지희 작가 전시 전경 사진
▲사진=하지희 작가 전시 전경 사진

하지희 작가는 색이 지닌 추상성에 붓질을 더한다. 먼저 칠해진 색 위에 묽은 색을 여러 번 덮어나가는 일련의 작업을 반복한다. 덧칠하다 보면 드문드문 과거의 색이 배어 나오는데, 그것의 형태, 두께, 밀도를 아무리 제어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인간의 ‘기억’과 같다. 

여러 번 반듯하게 색을 입히면서 하나의 획으로 표현할 수 없는 작가의 노동과 수신에 의한 색(色)의 아우라가 깃들여진 기억의 풍경화가 완성된다.

"색 위에 묽은 색이 지나가면서 그어지는 경계는,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아니라 과거의 영향을 받은 현재의 경계이기도 하다"(작가노트 발췌)

▲사진=
▲사진=이형준 작가 전시 전경 사진

이형준 작가는 현대에 대량으로 생산되는 산업제품들의 ‘지속 가능성’과 부품들의 ‘탄생, 소모, 소멸의 순환’을 Pipe Fitting Series(파이프 피팅 시리즈) 를 통해 표현한다. 

파이프 피팅은 유체의 흐름을 변경하거나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는 산업 부품이다. 강인한 특성을 가진 인공물인 파이프 피팅의 속성은 나무와 비슷하지만 생명력은 부재하다. 

인간만이 주체성을 가지고, 인공물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품들을 쌓는 행위에서 나오는 나무의 형태와 모티브, 직접 손으로 세공한 텍스쳐는 인공물의 소재에 자연의 에너지를 결함시킨 생명력 있는 결과다"(작가노트 발췌)

하랑갤러리 최애리 대표는 "현대회화에서 장르의 개념이나 소재 선택의 자유로움에서 오는 분방함에 구상과 비구상의 작품이 같이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처음에는 어떤 작품인지 낯설게 느껴지지만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매력이 있으며, 관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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