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부 송호길 기자
경제산업부 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KT 이사회가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최종 후보로 확정하자 정치적 외풍이 불고 있다. 민영화한 지 20년이 지난 민영기업을 향해 여권에선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이라고 지적하고, 대통령실까지 나서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정권이 교체되자 전 정부 인사를 교체하기 위한 노골적인 간섭 아닌가. 반복되는 관치 논란에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

정부는 이사회에 불편한 시각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이사회는 구현모 대표를 최종 후보로 올렸음에도 정치권 잡음을 의식해 공개모집으로 총 33명의 사내·외 후보자 군을 구성했고, 끝내 구 대표는 후보자 사퇴를 택했다. 대통령실은 '주인 없는 회사는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발언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최종 후보군에 낙점된 4인 후보가 모두 내부 출신인 점을 지적한다.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공개경쟁 방식으로 윤 후보자를 최종 후보로 확정했음에도 노골적인 질타를 이어간다는 것은 도를 넘는 인사개입이다. KT는 그동안 정권 교체와 맞물려 낙하산 논란이 끊임없었다. 지배구조를 지적하면서 친정부 인사를 앉히려는 의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치권, 정부 입김이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까지 작용할 모양새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현대차와 신한은행이 반대표를 행사한다면 후폭풍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절반이 조금 넘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차기 대표 선임 이슈 이후 KT 주가는 20% 이상 폭락했다. 시장도 정부 개입이 회사의 리스크라고 보는 것이다. KT는 그간 깜깜이 심사, 셀프 연임 등 논란을 자초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업을 뒤흔드는 과도한 정치적 개입도 옳지 못하다. 이런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KT는 외부로부터 온갖 간섭을 받고, 차기 수장 인선 때마다 외풍에 시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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