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익 선임기자
▲배상익 선임기자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계혁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주당 69시간 근무관련 노동계를 비롯한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쳤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최대 주 69시간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에 대해 보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선 후보 시절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발언으로 시작해 직접 진두지휘해온 노동정책 1호 공약으로 '69시간'을 밀어붙인 것인데 이제 와서 마치 남 얘기하듯 재검토를 지시하며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이다.

주 52시간 노동이 법제화된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이 초과 노동과 공짜 야근에 시달리며 연차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실정인데 연장근로 후 긴 휴가를 보장한다는 말은 노동자의 교섭력이 약한 사업장에선 현실성이 없다.

다른 선진국들은 시스템 개선을 통해서 실질적인 근무 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시대를 역행하는 역발상이다.

외국의 주요 외신들도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연장에 대해 "한국인들은 지금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오래 일한다"며 주목하고 있다.

특히 호주 ABC 방송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1년에 평균 1915시간을 일해 OECD 평균(1716시간)을 크게 넘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를 소개하며 '과로사'를 'Kwarosa'라고 발음 그대로 표기 이를 연관지어 애둘러 비판했다.

정부는 '일이 많을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적을 때 푹 쉬자'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노동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상개편안'이라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특히 MZ 세대들을 내세우며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몰아서 휴가를 쓰라는 것인데 MZ 세대들조차 이게 한국 사회에서 가능한 일인가 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노동부에 노동시간 유연화 '주69시간' 재검토를 비롯,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라"며 슬그머니 자신의 지시에 따른 책임회피성 '뒷북'을 치고 나섰다.

그러면서 "최근, 주당 최대 근로시간에 관해 다소 논란이 있다"면서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또 주당 근무시간을 늘리는 것이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고, 근로자의 건강권, 휴식권을 확실히 지키도록 할 것"이라는 앞뒤가 안맞는 말을 하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의 보완 검토 지시하며 사실상 MZ세대를 비롯한 전체 노동자들이 이번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이 노동현실을 무시한 일방적이고 독단 지시라는 지적을 인정하는 꼴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휴가 같은 것이 아니면 며칠씩 휴가 내는 것이 아직까지는 눈치 보이는 것을 떠나 결국 조직을 해치는 철없는 행동으로 비추어지는게 현실이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한마디에 법안을 추진한 고용노동부는 각계의 반대에 부딪히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입장이 머쓱하게 됐다.

민주당은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정안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오히려 "윤 정부는 과로사 조장법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는 진정한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바란다"면서 "주 4.5일제 혹은 주 4일제가 노동의 미래"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가장 지금 중요한 것은 주당 52시간 이냐, 52시간 플러스알파냐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노동 약자들이 걱정하는 것 중에는 예를 들어서 포괄임금"이라며 "일은 시키고 수당은 안 주는 것 아니냐"고 물타기를 했다.

그리고 "말은 한 달간 휴가를 보내준다고 하지만 우리가 직장다니는 현실에서 그게 과연 가능한거냐, 이런 부분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이것도 같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2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17시간)보다 311시간 길다.

따라서 기존의 노동법상 법제화된 주당 52시간과 최저임금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정착시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는 돌리면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다. 이번 개편안은 노동시간 단축에 역행할 뿐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권을 해치는 개악으로 백지화돼야 한다. 

정부가 '세대 갈라치기'로 포퓰리즘에 기대 여론을 되돌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이 문제는 대통령이 지시한 '재검토해 보완'하는 미봉책 수준에 그칠 사안이 아니라 이제라도 전면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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