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혜숙
산자락 밑에 앉아있는 작은 마을
장날이면 수수쌀 보리쌀
참깨 들깨 머리 이고 들고
고단한 몸 행렬 합세하신 어머니
잡곡 팔아 사주신 검정고무신 한 켤레
생고무 냄새가 진동하는 고무신은
호기심 많은 아홉 살 아이의 발을 태우고
마을과 연결된 길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검정고무신을 신고 최고의 행복을 누렸던
짠한 유년의 시절 가슴을 아리게 짓누른다
어느 날, 신발가게 앞을 지나갔다
내 유년의 시간이 외출 나온 듯
꽃무늬 장화 옆에는 작고 까만 고무신 한 켤레
골동품처럼 당당하게 앉아있다.
■이혜숙 시인 프로필
△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학과 재학 중
△월간 '문학세계' 2019년 등단
△광명문인협회 회원
△목란문학회 회원. 일성문학회 회원
△계간 '문학에스프리' 운영위회원
△'풀씨' 동인
△공저(동인지) : '공간' 4권, '토씨 일곱' '창가에 비친 언어' 외
이상영 기자
lsy133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