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한 난리통속에서도 일부 지자체장들이 해외출장을 강행해 주민들의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해안을 따라 전국을 휩쓸어 북상한 제15호 태풍 볼라벤에 이어 제14회 태풍 텐빈이 연이어 지나가면서 수 많은 인명피해와 시설물 및 농작물에 피해를 안겨줬다. 그러나 이 같은 국가적 재난 수준의 천재 재앙이 닥쳤는데도 이를 방관한 채 외유성 해외출장을 떠난 일부 지자체장들에게 해당지역 주민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산시 곽상욱 시장은 이미 언론에 태풍 속보가 나간 27일 공무원 시의원, 기관 단체장, 경제인 등 21명의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베트남 광남성으로 출장을 갔다. 이 기간에는 이미 전 공무원의 비상근무지시가 내려진 상태였지만 곽 시장은 이를 무시 출장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곽 시장의 4박 6일 출장 일정 대부분은 명승지 시찰이어서 관광성 출장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양 도시의 경제교류 및 투자사업 협의는 28일 오후 3~6시, 29일 오후 3~5시 두 차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추라이 경제자유구역·떰퍽면(지방진흥 모델) 견학과 푸닌호수, 다낭시내, 호이안 고도시·후에성 및 황궁·티무엔 성당 등 세계문화유산 시찰로 짜여졌다. 시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경제교류를 준비했던 터라 일정변경이 어려웠다”며 “미리 태풍에 대비 철저한 대책을 세워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그러나 28일 하룻동안 오산시에는 140여건의 크고 작은 태풍 피해가 접수됐다.

고석용 강원 횡성군수도 군의원·사회단체 관계자 등과 함께 27일 5박 6일 일정으로 베트남 호찌민으로 떠났다.방문 목적은 현지 사회단체와의 안보교류, 월맹군 지하사령부 견학, 현지 급식봉사 등이다. 하지만 이번 출장 일정에는 호찌민 유니콘 섬과 앙코르와트 관광 등 본래 목적과 상관없는 프로그램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식 광주광역시 서구청장은 태풍 예고가 있은 지난 24일 미국으로 7박 8일간 휴가를 떠났다. 서구에선 이번 태풍으로 11명이 사망했고, 건물 파손 등 400여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구청관계자는 “두달 전부터 계획돼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주민소환이라도 벌여야 하는 거 아니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일부 정신나간 지자체장들의 무분별한 해외출장은 삼가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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