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된 일인지 미국은 외교를 남성이 아닌 여성들이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다가 여성 대통령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기재한 기사에서 “남성들이 힐러리 클린턴만큼 국무장관직을 잘 소화해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미국은 1997년 이후 11년 동안 여성들이 국무장관직을 맡아왔다. FP誌는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국무장관에 오른 매들린 올브라이트 이후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까지 여성 국무장관의 활약상을 그리며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차지해 온 미 외교 정책분야 수장 자리에 이제는 남성들이 뚫을 수 없는 ‘유리 천장 위의 유리 천장’이 생겼다”고 전했다.

최근 15년간 콜린 파월이 재임한 4년(2001~2005년)을 제외하면 미 국무장관 자리는 여성전용석이었다.
FP는 외교분야에서 여성이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이유로 “활발한 활동에도 지치지 않는 끈기”를 꼽았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주 14일 일정으로 아시아·태평양 6개국 순방을 마쳤다. 이로써 클린턴이 취임 후 방문한 나라는 110개국이 됐다. 토머스 제퍼슨 이후 67명의 역대 국무장관 가운데 가장 많은 국가를 방문한 것이다. 이전 최고 기록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98개국이다. 라이스 장관은 4년간 85개국을 다녔지만 170만km(지구 40바퀴)를 이동해 144만km를 돌아다닌 클린턴보다 거리 기준으로 우위를 기록했다.

여성 장관의 또 다른 강점은 ‘스타성’이다. FP誌는 “클린턴은 록스타 못지 않은 인기와 유명세를 떨친다”며 “퍼스트 레이디 경험 덕분에 세계 어디에 가도 누구나 그를 알아본다는 점이 클린턴의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또 FP誌는 “어떤 남성도 뱀 브로치를 착용해 사담 후세인의 기를 죽인 올브라이트의 ‘브로치 외교’를 흉내 낼 수 없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라이스의 ‘피아노 외교’를 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특히 올브라이트 장관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장기간 면담한 유일한 미국 장관이기도 하다. 김정일 위원장은 올브라이트 장관과 두 차례 면담하면서 미사일 사거리 문제 등 광범위한 분야의 현안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또 세 명의 여성장관이 감성적인 지능이 뛰어나며 협상 테이블에서 개별 국가 문화에 기반한 대화를 이끌어 내는데 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었다. FP誌는 “이번 대선에서 롬니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의 전통적인 가치관에 따라 남성 국무장관을 지명할 것 같다”며 “그렇지 않고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 여성 국무장관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선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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