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미약품 제공
▲사진=한미약품 제공

[일간투데이 양보현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은 화학기업 OCI그룹과 손잡고 통합을 결정한 가운데 장남 임종윤 사장이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대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와 소재·에너지 전문 OCI그룹은 지난 12일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 간 통합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OCI그룹의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것이 골자다. 통합 이후에는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통합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각자 대표를 맡아 공동 경영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통합 결정은 고 임성기 창업주의 부인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50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고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이후 아내 송영숙 회장과 장남 임종윤, 장녀 임주현, 차남 임종훈 사장은 각각 1.5:1:1:1의 비율로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9%를 상속받았다. 당시 상속세는 약 5400억원 규모로, 현재까지 3년간 납부했으나 약 2000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한때 상속세로 인해 경영권 매각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이번 계약을 통해 7700억원의 재원을 확보, 오너 일가는 이 중 일부를 상속세 마련에 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송영숙 회장은 금번 OCI홀딩스와의 계약으로 마련한 현금으로 잔여 상속세를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통합에 반발하며 이번 계약이 경영권 분쟁의 시발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13일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에 대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임 사장은 행동주의펀드나 사모펀드 등을 통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통한 법적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통합 건은 이사회 결의까지 모두 끝났기 때문에 임종윤 사장이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임종윤 사장은 고 임성기 창업주의 3남매 중 장남으로, 북경한미약품의 성장을 이끌며 한미사이언스 대표까지 지냈지만 2022년 3월 대표직에서 내려온 후 현재 바이오 회사 디엑스앤브이엑스 최대주주이자 코리그룹 회장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송 회장이 11.66%, 임주현 사장이 10.20%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임종윤 사장은 지분 9.91%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차남 임종훈 사장이 10.56%,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고교 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11.52%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종윤 사장이 만약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다면 동생인 임종훈 사장과 신 회장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셋의 지분을 합치면 31.99%로 임종윤 사장이 우호지분 확보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임종훈 사장은 형인 임종윤 사장과 뜻을 같이하기로 전해졌으나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신 회장은 경영권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그룹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 임 사장과 만나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이번 통합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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