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 기획인터뷰 (1)

국내 반도체 업계가 D램을 넘어 시스템반도체까지 넘보는 상황까지 발전했다. 주요 글로벌 반도체업체의 수장들을 통해 그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들어보고, 국내 반도체업계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시리즈 인터뷰를 기획했다.

인터뷰는 ▲인텔코리아 (이희성 사장) ▲TI코리아(켄트 전 사장) ▲프리스케일 코리아(황연호 사장) ▲엔비디아 (이용덕 사장) ▲AMD코리아(권태영 사장) 순으로 연재된다. <편집자 주>

▲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제공=인텔코리아)

[일간투데이 조영만 기자] 지난 2006년 인텔 신제품 발표회장에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이희성 인텔 코리아 사장이 등장했다. 소량의 연료로 파워풀한 힘을 자랑하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처럼 당시 인텔이 개발한 코어2 듀오도 저 전력을 사용해 놀라운 성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이희성 사장은 “인텔은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수평적인 분위기, 발전적 논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일과 휴식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태생 자체가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오픈되어 있고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파격적인 그때의 행보를 설명했다.

인텔 직원들은 막힌 공간이 아닌 오픈된 공간 ‘큐브’에서 일한다. 사장도 별도의 사장실이 아닌 사원들과 똑같이 큐브에서 업무를 본다. 이는 인텔 전 세계 지사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의 원천인 되는 것이다.

“기회가 오면 무조건 도전하라.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가 좌우명이다” 그는 힘들고 좌절했던 경험들을 통해 가장 크게 성장했다고 한다. 또한 ‘가장 어려웠던 경험은 가장 소중한 깨달음의 자양분이 된다’, ‘자신의 강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항상 자신을 낮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커리어에 따라 필요한 지식을 미리 준비하고 쉼 없이 공부하고 준비하라’는 원칙을 마음에 항상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이 인텔코리아에서 수십 년 넘게 일하며, 오랜 기간 CEO 자리에 앉아있는 그만의 이유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데스크톱 PC가 변화의 주역”

최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디지털 기기들이 등장하고 많은 이들이 데스크톱PC 산업에 위기가 왔다고 말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변화와 혁신은 모바일 디바이스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의 변화와 더불어 데스크톱PC도 진화하고 있다. 머추어 마켓(Mature Market)에서의 데스크톱PC가 바로 변화의 주역이다”고 말했다.

얼마 전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를 예로 들며 “아이패드 미니와 함께 발표한 아이맥을 보며 관객들은 경탄을 금하지 못했다. 조립형 데스크톱에서 올인원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박스형의 둔탁한 폼팩터와 많은 선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조립형 데스크톱과 유려한 디자인의 올인원PC는 같은 카테고리의 데스크톱 PC라고 생각하기 힘들다며 윈도8의 출시와 함께 터치UI를 비롯한 새로운 변화는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에서의 데스크톱PC의 시장규모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으며 당분간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이렇듯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의 CPU는 매년 혁신을 거듭하면서 고객에게 최고의 컴퓨팅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3세대 코어 프로세서 역시 세계 최초로 22나노미터(nm) 제조 공정 하에 3D 트라이게이트 트랜지스터 기술을 적용하는 등 공정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틱-톡’ 전략 가속화

그는 인텔의 ‘틱-톡’ 전략이 가속화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인텔은 새로운 프로세서 출시 때 첫 해에는 새로운 제조 공정을 도입하고(‘틱’) 다음 해에 새로운 아키텍처를 발표(‘톡’)하는 엄격한 ‘틱-톡’ 전략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이러한 절차의 속도를 높여 22nm 제조 공정 하에 칩 아키텍처를 변경하는 동시에 트랜지스터의 크기도 줄임으로써 극적으로 향상된 성능을 제공하게 됐다”며 기존 제품의 성능과 전력효율성을 향상시켰음은 물론 스마트폰 및 임베디드 등 낮은 성능의 디바이스부터 슈퍼컴퓨터에 이르는 고성능 디바이스까지 폭넓은 제품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양한 시장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있는 SOC 제품 구현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스마트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에 출시될 예정인 새로운 아키텍쳐의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이는 인텔이 칩 설계와 제조를 모두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른바 종합반도체업체(Integrated Device Manufacturing; IDM)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삼성·SK하이닉스, 뛰어난 사용경험 제품 공급해야

시스템반도체부분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최근의 행보에 대해선 “비메모리 반도체 영역은 뛰어난 기술 및 제조능력은 물론 엄청난 자본 투자를 필요로 하는 분야로 인텔이 그동안 한 눈 팔지 않고 종합반도체업체(IDM)를 고집한 이유이기도 하다”며 “컴퓨팅 영역이 워낙 광범위해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완제품을 만드는 제조사들과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더 뛰어난 사용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지가 경쟁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컴퓨팅과 관련한 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인텔도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기업들은 어느 나라보다 잘 갖춰진 IT환경을 기반으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윈도우와 인텔의 합성어를 사용해 ‘윈텔 진영’이라는 말처럼 두 회사는 전략적 동반자 모습이 강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등장이 양사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이러한 질문에 이 사장은 의외로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30년 이상 협력 관계를 지속해 왔으며, ‘타협 없는 컴퓨팅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양사가 동시에 협력하고 있다. 현재 4억 개 이상의 인텔 아키텍처 기반 PC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 체제가 탑재되어 있는 등 관계는 매우 탄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윈도8’ 출시를 계기로 다양한 형태의 디바이스를 출시하고 한층 더 ‘윈-텔’ 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애기다.

원도8에 대한 비판이 인텔 내에서도 있다며 냉정한 평가를 부탁하자 “윈도8의 영향으로 터치나 인터페이스가 변화하면서 인텔 아키텍처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며 “3세대 울트라북부터 본격적으로 PC와 모바일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할 것이고 직관성을 높이는 터치 기능과 음성 인식 등이 추가, 한번 충전으로 10일 이상 대기 모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울트라북은 PC 영역을 벗어나 모바일 기기로서 인식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인텔 CEO 폴 오텔리니는 윈도8은 인텔을 위한 기회이며,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해 울트라북, 태블릿, 컨버터블 디바이스에 엄청난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여전히 인텔은 윈도8이 만들어갈 시장 변화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였다.

▲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이 지난 6월 열린 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탑재 울트라북 발표회에 참석해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제공=인텔코리아)

◇윈도8PC와 울트라북 시장 출시 본격화

PC제조업체들이 태블릿과 키보드가 연결된 일명 ‘윈도8 PC’들을 출시하고 있다. 인텔 어떤 준비를 하는가에 대해 “인텔은 윈도8 출시와 함께 터치 기능이 탑재된 새로운 울트라북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며 “노트북은 지금까지 키보드, 마우스가 주요 입력 수단이었으며, 앞으로도 이 부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기본적인 입력 수단 외에 또 다른 도구로써 터치와 음성인식 기능은 물론 움직임(제스처)을 통한 입력 방식도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얇고 빠른 부팅이 1세대 울트라 북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면, 2세대 울트라 북의 큰 특징은 바로 터치라는 새로운 입력 수단으로 디자인은 태블릿PC와 노트북이 합쳐진 컨버터블 형태로 계속 진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는 ‘ARM’의 영향력이 압도적인데 이 분야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계획도 들어봤다. 이 사장은 스마트폰에서 인텔은 후발주자라고 규정했다. “올해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들어간 스마트폰이 레노보, 모토롤라 등의 제조사를 통해 출시하기 시작했다.당장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2000년대 초반에 인텔은 서버에 진출하면서 후발주자로써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잘 이겨냈고 이제 서버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도 수년 내에 마켓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이는 제품 로드맵이 잘 준비되어 있으며, 인텔이 후발주자인 것은 맞지만 뛰어난 제조 경쟁력과 혁신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진출하는 시장에서도 리딩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부분이었다.

4세대 이동통신규격, LTE를 통합한 모바일 프로세서(LTE 통합칩) 개발에 대한 기대를 비치자 “인텔만의 강점을 살려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인텔코리아가 판단하고 있는 승부 시점은 2013년이다. 내년에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해 내후년이면 충분히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며 더 나아가 3년 후인 2014년에는 경쟁사를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예측도 내놓았다.

인텔은 통신 분야의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으며, 단기간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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