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관리경제연구실 실장

▲ 박환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관리경제연구실실장

국내 산업 중에서 세계 1위로 조선업과 IT산업을 들 수 있다. 특히 조선업은 수주산업 측면에서 건설업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조선업이 세계 1위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계와 생산 부분에서 우수한 전문인력이 풍부하고 기술개발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장점이라 할 풍부한 설계인력으로 선주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맞춤식 제작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경쟁력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2011년 국토해양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글로벌 건설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22개 국가 중 9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계 생산성과 설계수주액 등 설계경쟁력은 시공경쟁력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증가하고 국제 경쟁력이 높아진 이유는 정부의 지속적인 해외건설 정책 추진과 국내 건설경기 악화로 말미암아 건설업계가 외국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1965년 태국에 진출한 이래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2010년에는 715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수주실적을 달성하였고, 2011년 12월에는 누적 수주액이 4,799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가경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그러나 엔지니어링 부문의 누계수주액은 61억 달러로 전체 해외수주액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해외건설업이 2004년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원인은 유가가 급등하면서 중동 산유국의 플랜트 발주가 급증하였고, 아시아지역도 건설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플랜트 사업에 대한 발주가 꾸준히 이어진 데 있다.

현재 정부는 세계 5위의 해외건설 강국에 진입한다는 정책목표를 수립하고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한 예로, 2014년까지 해외건설 수주액 1천억 달러를 달성하고, 시장점유율도 9% 내외로 늘리기 위해 제2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2010~2014)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은 해외건설 수주액 확대라는 양적 성장에 몰두한 나머지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진출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미흡하였다. 이 때문에 플랜트 분야는 원천기술과 기본설계, 핵심 기자재 조달 등을 외국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 2008년도 외화가득률1)이 33%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건축과 토목 분야에서는 고부가가치의 투자개발형 사업보다는 단순 시공참여에만 집중해 수익률이 저조한 실정이다.

따라서 국내 건설업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선진국의 해외건설 지원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 건설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지원제도는 WTO 체제의 출범으로 정부의 직접지원보다는 정보화나 건설외교 등을 통한 간접지원 형태로 발전하였다. 해외건설 초기 단계에는 해외건설업 면허제도와 도급허가제도 등을 운영하였고, 국가적 차원에서 금융·외환관리·세제·보험 및 무역관계제도 등 연관 제도의 개선을 통하여 해외건설시장진출을 적극 지원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방화와 기업의 자율경영 추세 등으로 정부의 직접지원이 어렵게 되었고, FTA 협상 타결로 세계 건설시장의 개방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해외건설시장의 환경변화에 걸맞은 지원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국내 해외건설업계가 외국에서 수주활동을 할 때 부딪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수주 정보 수집과 인지도 확보이다.

해외사업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 확보도 매우 어렵다. 미국과 일본은 정부 주도의 지원체계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정부 차원의 세일즈 외교와 차관공사에 대한 자국기업의 참여기회 확대 등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해외건설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은 대형 프로젝트 개발과 수주를 지원하기 위하여 무역개발청(USTDA) 등을 통해 해외 프로젝트 조사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수출입은행(USEXIM), 해외민간투자공사(OPIC), 국제개발청(USAID) 등의 금융지원과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미국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국제협력단(JAICA)을 통해 해외 프로젝트 조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을 통해 개도국 차관공사에 대부분 일본 컨설턴트를 선정하여 일본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PF금융으로 일본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조선업과 IT 산업처럼 우리나라 해외 건설업의 경쟁력 수준이 세계 1위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 제고, 수익성 제고, 수주 정보 시스템 구축, 건설R&D 성과의 해외진출 연계, 전문 인력 확보 등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해외건설의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즉,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부문의 매출 확대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창출에 역점을 두고 기술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고부가가치 영역은 세계건설시장의 경기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성장 가능성도 매우 큰 시장이기 크기 때문이다.

해외건설시장에서의 경쟁은 개별 기업의 경쟁력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기업의 역량 강화가 국가의 경쟁력과 위상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ENR(2010)의 세계 225대 건설기업에서 1~3위를 기록한 HOCHTIEF AG(독일), VINCI(프랑스), BECHTEL(미국) 등 몇몇 선진기업이 자국의 해외건설 경쟁력을 견인하고 수익성이 높은 LNG·GTL 플랜트 분야를 과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기술경쟁력의 향상이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수익성이 제고될 수 있는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해외건설업계는 양적인 측면에서만 해외수주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해외건설 수주 확대는 계속해서 이어져야겠지만, 이처럼 급격한 해외수주 확대에 수익성과 이윤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해외건설의 지속적인 발전은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해외건설업계는 수주 확대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해외건설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운영하여 수익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해외진출 전략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특히 해외건설에서 외화가득률을 증대하려면 총공사비 중 50∼60%를 차지하는 장비 구매비와 자재비의 국내 비중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즉, 연구개발을 통해 국산 기자재의 품질을 높이고, 해외발주처에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가야 한다.

셋째, 해외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필요한 부문을 도와주는 정부와 협회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건설업계가 외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대상 국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타당성 있는 사업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정부는 해외수주 정보의 수집, 제공 시스템 구축, 해외시장 개척지원기금의 확대 등 다각도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

넷째, 그동안 정부에서 투자한 건설R&D가 해외진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된 모든 연구와 성과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외국의 기술수요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야 하며, 대상 국가별 수요에 걸맞은 맞춤형 기술개발을 유도해야 한다.

최근 국내 건설경기하락, 주택건설 경기의 악화 등으로 국내 건설발주 물량이 매우 감소하였으며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해외건설시장을 선택이 아닌 필수 시장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전제로 세계적 수준의 기술경쟁력 확보, 해외건설시장의 다각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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