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이철환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 진영에서 연일 정책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그러나 이 공약들이 모두 다 실현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표심을 잡기위해 만들어진 선심성 공약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꼭 실천되어야만 할 공약들도 많이 있다. 쉽게 말해 좋은 공약과 나쁜 공약이 섞여 있다고 본다.

그러면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공약이고 또 나쁜 공약은 무엇일까? 우선 반드시 수정되거나 보완되었으면 하는 공약부터 살펴보자.

대표적인 것이 복지공약이다. 우리경제 사회구조를 건전하고 지속발전이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열악한 사회안전망과 복지인프라를 확충하는 작업이 필수적 과제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복지증진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재원의 조달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한 그것은 공허하거나 재정악화 등 커다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총선 때 나온 복지공약 이행에만 5년간 최소 268조 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대선과정에서 추가적인 복지공약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요재원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에 버금가는 재원이 소요되는 지역개발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가적인 관점에서 디자인되어야 할 각종 지역개발사업들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중구난방 식으로 이루어진다면 국가인프라의 난맥상은 물론이고, 중복과잉투자로 인한 자원의 낭비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누가 집권하더라도 이들 복지공약과 개발공약에 대해서는 그 타당성과 재원의 염출가능성 등을 다시 따져보고 우선순위를 매겨 순차적으로 실현해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상당수 공약들은 이 과정에서 아예 폐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수정·보완이 돼야할 것은 경제민주화 공약들이다. 양극화 현상의 완화와 재벌들이 취해왔던 부정적 관행과 행태를 시정해나가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며, 경제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라 할 것이다.

특히 재벌과 재벌총수의 불법· 탈법행위 등 부정적 행태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재벌 때리기를 통한 카타르시스적인 포퓰리즘에 함몰될 경우, 경제적 약자의 지위를 향상시켜 전반적인 삶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확대 지향적 경제사회’가 아닌, 힘 있는 자를 아래로 끌어내려 키 높이를 맞추는 ‘축소 지향적 경제사회’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가장 중요한 과제인 일자리창출이란 정책목표의 실현이 더욱 어렵게 된다. 경제민주화를 추진함에 있어 좀 더 현실적이고 냉정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경제민주화의 핵심과제인 재벌개혁의 방향은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규제시책보다는, 그들의 부정적 관행과 행태의 시정, 그리고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경제민주화를 이루고 양극화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재벌정책과 공정거래시책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정책, 교육 및 복지증진정책, 지역균형발전시책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진정한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서는 이러한 경제정책뿐만 아니라 나눔과 배려, 사회기부활동의 활성화 등을 통해 다 같이 잘 살아가는 사회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널리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면 꼭 지켜져야 할 공약은 무엇일까? 바로 정치개혁과 검찰개혁이다. 그동안 정치권과 검찰 등 소위 사회지도계층이 제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감정이 매우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보다는 당리당략에 몰입되어 나라발전은 고사하고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 검찰은 무리한 수사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간혹 피의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경우도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표적·편파수사로 인해 정치검찰이란 낙인까지 찍혀있다.

따라서 이들 집단을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집단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대다수 국민의 바람이라고 확신한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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