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와 야권 대통합을 위한 ‘국민정당’ 창당이라는 구상을 전격 내놓았다.

문 후보는 “리모델링 수준 정도로는 안 된다.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수준으로 정치의 판을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민주당과 안철수 지지 세력, 후보를 양보한 심상정의 진보정의당과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합리적인 중도보수 인사들을 망라하는 ‘국민연대’를 거론했다. 또 이들 세력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혁신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시민정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선거일이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문 후보의 구상을 온전하게 담을 수 있는 설계도는 무엇인지 또 그것으로 기초를 다질 콘크리트는 갖추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새누리당은 문 후보의 ‘야권 재건축’ 구상을 ‘야합’이라고 비난하면서 “거국내각 구상은 전형적인 권력 나눠먹기이자 밀실 야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목소리는 같지만 지향하는 이념이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집권 시 새 정부를 이끌어갈 비전과 프로세스가 상이한 여러 집단이 어떻게 성공적인 정부를 꾸려나가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과거에도 거국내각, 공동정부라는 거창한 수사로 포장했던 실험이 얼마 못가서 실패하고 만 사례를 이미 경험하지 않았던가. 국민들이 정말 보고 싶은 것은 화려한 그릇이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맛있는 요리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으로서가 아니라 비록 선거에서 지는 한이 있더라도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한 불가결한 선택이라는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그 설계도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 도리다. 끝까지 정책이 실종된 선거를 지켜봐야 하는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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