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6자회담 당사국 지도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모두 교체되는 진기한 상황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특사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전 일본 재무상과 만나는 것을 시발로 ‘박근혜 외교’의 새 장을 열 예정이다.

박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일본의 요청에 의한 것인 만큼 구체적인 사안은 언급하지 않고 “양국 관계를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가려면 일본이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수준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알려진 대로 2013년의 외교 풍향은 방향과 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는 한미상호방위조약 60주년을 맞아 더욱 공고한 한미동맹 강화가 예상되는데, ‘아시아로의 회기’라는 정책기조와는 달리 미국의 경제 침체 및 2015년 전시작전권 환수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주한 미군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따를 예정이다.

경제면에서 불가분의 관계로 격상된 중국은 일찌감치 박 당선인에게 우호적인 사인을 보내고 있지만, 대일·대미·대북한 변수에 따라 우리의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게다가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환영하지 않으며 중국의 왜곡된 역사 인식이 한반도 통일의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미국 의회 보고서(리처드 루거 美 상원 외교위 간사의 은퇴 보고서)가 지난해 12월 31일 공개됨으로써 관계설정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변수다. 애송이 지도자로 여겨졌지만 김정은은 이미 당정군을 안정적으로 장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생존을 위한 최적의 선택으로 중국에 기대고 남한과 협력해야 하는데, 핵과 미사일을 담보로 미국과의 직접적인 담판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2기 정부에서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존 케리는 일관되게 북미 직접대화를 주장해 왔다. 2004년 대선 후보 시절, 그는 “대통령이 되면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양자회담은 물론이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와 통일문제까지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한국 주도의 통일이 바람직하다는 민간연구소의 보고서를 띄움으로써 간접적인 지원을 암시했지만, 시베리아 가스 수송관의 설치노선에 따라 입장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이 개별적으로 전개된다면 우리의 대응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상황은 항상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어느 한 사안에 대해서도 결코 마음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외교 현실이다. 박 당선인은 국민 대통합을 위한 내치도 중요하지만, 동북아의 변화무쌍한 정세에 대비하는 외교·안보 또한 잠시도 한눈을 팔 겨를이 없다는 점을 직시하고 빈틈없는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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