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실과 좋은정책포럼(대표: 김형기 경북대 교수)이 7일 의미있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18대 대선 평가와 진보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잇따른 선거 패배에 대해 민주당의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민주당의 대선 패배 요인으로 반성과 비전의 부재, 전략적 실패 그리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실패 등을 꼽았다.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발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민주당의 집단적 기억력은 2주에 불과하다”며 “큰 패배를 하면 정당 이성(政黨理性)이 작동해 정당의 장래를 고민하지만, 2주가 지나면 다시 계파적 이해가 고개를 든다”며 진정한 성찰이 부족함을 꼬집었다. 또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진보 진영이 최대로 결집했음에도 의제의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실제로는 ‘박정희 대 노무현’, ‘추상화된 보수 대 진보’의 구도로 치러졌다”고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참석자들은 △국민 신뢰 회복 △민주당만의 비전 제시 △계파 극복 △조직 기반 확충 △새로운 리더의 육성 등을 민주당이 거듭나기 위한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진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당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내부적 일치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호기 교수가 지적했듯이 ‘추상화된 보수 대 진보’의 구도를 고집해서는 100년이 지나도 집권할 싹수가 보이지 않는다. 모든 정치 평론가들은 물론 민주당 내부 전략가들도 ‘진보 대 보수의 대결 구도에서는 언제나 보수가 표수에서 앞선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어설픈 진보’라는 멍에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60년 전통야당 본연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서 제시된 과제, 즉 신뢰 회복, 비전 확립, 계파 극복, 기반 확충, 새로운 리더 육성이라는 당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십수년 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해왔던 어설픈 진보의 문패는 현재의 제3세력, 즉 스스로 진짜 진보임을 주장하는 정당에게 넘겨주면 그만이다.

“싹수가 노랗습니다. 새누리당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더 때려 주십시오” 따위의 소위 반성문을 앞다투어 SNS에 공고하는 행위는 자기편의 집단자학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얻고자 하는 눈가림에 불과하다. 입은 꽉 다물고 최대한 자세를 낮추면서 끓어오르는 비장한 결기를 한데 모아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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