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짓말 듬뿍 해도 좋아

“월남에서 건설성차관과 도로국장이 그저께(69년 6월 17일)우리나라에 왔습니다. 건설부에서 초청한 분들입니다”
본부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건설부의 초청이라면 그들에게 우리나라의 ‘건설현황’을 보여주려는 목적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당시 우리의 건설현황이라면 뭐니뭐니 해도 서울~부산 고속도로의 공사현장이다. 과연 전화의 목소리는 그런 사련을 말하고 있었다.

“이분들은 앞으로 닷새 동안 우리나라에 머물면서 월남의 전후복구 문제에 관하여 피차 의견을 나누고 또한 지난번 한국인 업자에게 낙찰된 ‘미투안’의 장대교 공사에 대해서도 협의할 예정입니다”

“한국인 업자라면 대림산업을 말합니까?"

“그렇습니다. 장차 우리는 월남의 복구사업에 많이 참여해야 되겠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건설상을 여러모로 소개하고 선전할 필요가 있겠어요”

“그분들이 시찰할 곳은 주로 어디 입니까?"

“고속도로와 울산 공업단지 등인데요, 대전공구에서는 금강교 현장이 좋을 듯 합니다”

“그렇군요. 금강1교를 바로 대림산업이 시공하고 있으니까요. 준비하겠습니다”

“수고좀 해 주세요. 그런데 말입니다…”

전화는, 아직도 좀 더 할말이 있는듯, 끊어지지 않는다. 약간 쑥스러워하는 억양으로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굳이 부탁을 안해도 알아서 해 주시겠지만…”

“네, 말씀하시죠?”

“오늘 오전 10시경 그분들이 현장에 가실텐데 브리핑 좀 잘 해 주시오. 이왕이면 거짓말을 좀 섞어서라도…”

“대대적으로 선전을 해 보시라는 말씀이죠? 알겠습니다…”

딱딱한 표현을 피해서 알기 쉽게 얘기하느라고 ‘거짓말을 해달라’는 속된 구어체를 저쪽에서도 써먹는 것이리라 ― 전화를 끊고 나서 전영배 대전공구소장은 유쾌하게 웃었다.

정각 10시에 월남에서 온 ‘높은 사람들’이 금강교 공사 현장에 나타났다.

건설성차관 ‘팜.후.빈’씨와 도로국장 ‘판.딘.탕’씨. 본부의 허필은 소장이 그들을 안내하고 왔다. 더운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 그들은 정장을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지만, 역시 정장을 한 허 소장은 잠시 후엔 저고리를 벗어들어야 했다.

맹호부대 제 1진으로 파월군에 참가한 바 있었던 심완식 대위(대전공구증약~묘금리간 감독관)가 이날의 통역을 맡았다. 물론 영어 통역이지만, ‘안녕하십니까’하는 인사말은 월남어로 “홈나이 만죠이”하여 일동을 웃겼다.

브리핑은 금강교의 시공을 맡은 대림산업의 현장 기술자들도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월남 건설성에서 온 시찰단 일행은 이날 서울.천안.대전.낙동강 등 여러곳을 두루 살펴보고 퍽 흡족해 했다고 한다.

잦았던 외국인 현장 시찰 중에서도 ‘거짓말 듬뿍섞은’ 이때의 브리핑은 유쾌한 추억거리로 길이 남을 것이라며 그때의 관계자들은 웃었다.

10-(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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