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건설.농림 두 장관이 강우조절 하시오

69년 6월 9일, 정일권 국무총리가 청주인터체인지 공사현장을 예고도 없이 시찰했다.
박경원 매무장관, 조시형 농림장관, 이석제 총무처장관이 수행했고 충북지사도 뒤따랐다.

정일권 총리가 경부 고속도로의 건설 현장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제 2공구(오산~대전)의 기공식 (68년 4월 3일)에 참석한 이래 어쩌면 이것이 처음이었다.

준공개통을 축하하는 식전에는 삼부요인의 VIP로서 참가하는 일이 많았으나, 공사현장을 시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제 준공 10년을 맞이하는 저 경부 고속도로는 이를테면 ‘박대통령의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대통령의 업적임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국무총리만 해도 공사 현장을 관여 하기를 스스로(물론 선의적으로)사양했다고 하는 것이 오늘날 하나의 정설처럼 되어 있다.

아무튼 정일권 국무총리가 청주 인터체인지의 공사 현장을 불시 내방한 것은 미상불 이례적인 사실이라고 아니 할수 없었다.

정총리는 공식적으로 충북지방의 도정을 시찰하러 내려온 것이었고, 청원군의 잠업단지 및 농수원 개발사업 추진 현황등을 둘러보러 온 것 이었다.

정해식 충북지사는 도정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충북도의 계획사업을 위한 정부의 보조를 건의했는데 그중의 하나로서 청주시와 고속도로를 잇는 진입로(8백km)의 확장 사업을 제시했다.

정총리가 청주 인터체인지에 들르게 된 것은 도정 브리핑에서 고속도로와 관계된 이야기가 나왔었기 때문이리라.

총리 일행이 인터체인지 현장에 당도한 것은 오후 5시 40분. 머물은 시간은 불과 10분간이다.

전영배 대전공구 소장을 비롯한 몇몇 관계관이 현장에 대기, 진객(?)을 맞이하여 현황을 설명했다.

“비가 한번 오면 삼사일씩 토공을 못하게 된다니 큰일이로군”

“그렇습니다. 비가 20mm만 와도 사오일 씩 공사를 못합니다. 그러나 구조물 공사는 꾸준히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금강에 건설중인 장대교들은 수위 관계로 지장이 많습니다. 비가 80mm쯤 오면 금강의 수위가 4m가량 치솟아 오릅니다”

정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에 서있는 조 농림장관을 돌아보며 넌지시 말했다.

“식량 증산을 위해서는 비가 많이 와야겠지만, 고속도로 건설에는 비가 금물이니 어떡하면 좋겠소?”

질문이 될 수 없는 질문이었으나 총리를 모신 자리인지라 사람들이 모두 긴장해 있었던 모양으로 조농림도 긴장하여 얼떨결에, “그래서 큰일입니다”하고 대답했다.

이에 정총리는 즉석에서 가이 백만불 짜리 조크를 떠뜨렸다.

“건설부장관과 농림부장관이 잘 협의해서 강우를 조절토록 해 보시오”

정일권 국무총리의 이 희한한 농담은 바짝 긴장해 있던 수행원들을 폭소케했고 당시의 신문칼럼에도 고루 보도되어 유머를 이해하는 많은 독자들을 매료했다.

10-(3)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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