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의 조직 밑그림이 드러났다. 15일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17부-3처-17청’으로 구성된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한 국민의 안전과 경제부흥이라는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실천의지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역대 정부조직은 ‘큰 정부-큰 부처’와 ‘작은 정부-작은 부처’를 교대해왔는데, 이번에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조직은 정권창출이 아닌 정권인수라는 차원에서 목표를 중시한 ‘작은 정부-큰 부처’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조직의 규모만으로 보자면, 노무현 정부 때 18부-4처에서 이명박 정부 때 15부-2처로 축소됐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17부-3처로 늘어나게 됐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따져볼 수 있다.

먼저, 경제부총리제의 부활이다. 인수위 내부에서 부총리 무용론이 제기되었지만 결국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었다. 이는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국내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부흥을 이끌기 위해 경제부총리제를 신설해 경제문제를 적극 해결할 것”이란 언급에서 드러난다.

부총리로 격상될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제 사령탑으로 삼아 경제정책 전반을 컨트롤한다는 취지다. 다만 경제부총리제 부활과 맞물려 복지정책 컨트롤 타워로 논의되던 사회부총리제는 두지 않기로 했다. 대신 사회보장위원회가 그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둘째로는 공약했던 대로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의 신설 및 중소기업청의 기능 강화다. 이는 대선 과정에서 일관되게 강조해온 일자리 창출, 성장동력 확충 등 ‘경제 살리기’와 미래의 경제를 담보하기 위한 ‘창조경제’ 공약을 실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5년 만에 과학기술을 전담하게 될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전 과학기술부 등에 비해 규모와 권한이 월등하게 강화된 ‘공룡 부처’가 될 전망이다. 조직 효율상 2명의 차관(과학 담당, ICT 담당)이 관장하는 미래부는 박 당선인의 핵심 어젠다인 ‘창조경제’를 책임지면서 ICT(정보통신기술)까지 안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 이전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한 규모가 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각각 해양, 수산 부문을 흡수하며, 해양경찰청을 산하에 둘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당선인의 정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육성과 관련하여 중소기업청의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중소기업청은 지식경제부의 중견기업정책과 지역특화 발전기획 기능 등을 넘겨받게 된다. 한편 지식경제부가 통상업무를 넘겨받아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된 것은 통상업무에서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행정안전부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꿔 행정의 우선 목표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안정적인 법치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더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시킨 것도 평소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중시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러한 정부조직 개편을 요약하면,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제부총리로 격상시켜 경제 전반의 ‘컨트롤 타워’로 삼고, 신설된 미래부와 해수부 그리고 중기청 강화를 통해 경제력 극대화를 꾀하며, 법치의 정착과 함께 국민의 안전을 행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는 그림이 완성된다.

그러나 벌써부터 공룡이 된 미래부의 비대한 조직에 대한 효율성 우려와 만성적인 관료제의 폐해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과 기능은 그대로인 채 국민 안전을 우선한다고 ‘행안부’를 ‘안행부’로 개명하는 탁상공론식 졸속을 비판하기도 한다.

또 이명박 정부의 경우, 부처 수는 줄이면서 장관급 자리를 만들기 위해 많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들었던 사례가 있다. 국가 경쟁력 강화 위원회, 국가 브랜드 위원회, 미래 기획 위원회 등이다. 박 당선인은 평소 작은 정부를 선호한다고 말해 왔으므로 정부조직을 효율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이름만의 위원회를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려운 현실을 호소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의 눈에는 조직 개편이나 명칭 변경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국민들은 효율적인 정부를 운영함으로써 당장 자신에게 변화된 행정과 실익이 주어질 때 새 정부의 노력을 인정할 것이다. 이번 개편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다음으로 이어질 부처간 담당업무 조정 등 후속조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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