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감사원의 느닷없는 ‘4대강 살리기 사업’ 감사결과 발표로 인해 국토부와 감사원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이번 충돌은 비단 감사원과 국토부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온 세력 및 환경보호를 앞세운 일부 학자들과의 대리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5년 전 대선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제시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지만 임기 초반 ‘광우병 쇠고기’ 논란에 휘말려 국정집행의 동력을 잃고 말았다. 그 바람에 대운하 계획은 야권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4대강 사업’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자칫 대한민국 5천년래의 역사(役事)로 역사(歷史)가 될 뻔했던 사업이 오로지 반대만을 일삼는 집단에 의해 빛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되고 말았다.

반면에 중국은 동북지역에서 남서지역을 관통하는 세계 최대의 내륙운하 건설을 야심차게 계획하고 있다. 중국 내륙운하의 역사는 기원전 수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의 양쯔강(揚子江)·황허강(黃河)·바이허강(白河)을 연결한 대운하는 전한(前漢, BC206∼AD5)시대에 시작되어 수(隋, 581∼617)나라를 거쳐 원대(元代)인 13세기 말에 완성된 바 있다. 또한 유럽과 아메리카에서도 여러 내륙운하가 현재까지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

과학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다

감사원은 4대강 감사결과에서 ▲보의 내구성 부족 ▲수문 안정성 부족 ▲수질 관리 부실 ▲불합리한 준설 계획 ▲유지 관리비 과다 등을 지적하면서 총체적 부실이라고 평가했다.

모두 16개의 보 가운데 15개 보에서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침하되는가 하면 균열이 발견되고 강바닥에 세굴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2개 보는 수문을 열고 닫을때 수문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가 4대강에 설치된 보에 대한 수질을 왜곡 평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을 유지관리하는 데는 국토부가 확보한 예산보다 10배가 넘는 연간 2800억원이 든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의견이 다른 학자들도 많다. 실측에서 드러난 관리상 문제를 오직 반대의 근거로 삼기 위해 과학의 이름을 빌려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든 인공구조물은 유지보수가 필수적으로 따르기 때문이다. 작은 건물 하나도 끊임없이 관리를 해야 제 기능을 발휘하고 오랫동안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반대를 일삼는 측에서 또 한가지 빼놓지 않는 주장은 환경보호다. 그러나 시멘트를 발라 수로를 정비하는 것이 재앙이라는 지적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해마다 가뭄과 홍수에 번갈아가며 시달렸던 것이 진짜 재앙이 아니었던가. 지난해 연이어 3개의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쳤어도 일부 지류에서만 문제가 있었고, 4대강 본류는 훌륭하게 기능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전문적인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은 무력하다. 전문용어를 사용하면서 강의(?)한다면 제대로 이해하기보다는 그 전문가의 견해를 믿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현상을 악용하는 소위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나와 자연친화적 초가집을 짓고, 자동차를 반납하고 걸어다니며, 모든 일회용품 사용을 중지하고, 전기를 소모하는 일체의 가전제품을 버려야 할 것이다.

도롱뇽 보호를 핑계로 거의 1년간 천성산 터널공사를 막은 여승 지율의 사례가 아직 생생하다. 그러나 천성산 터널은 뚫렸고 도롱뇽도 건재하다. 이번 감사원 발표에 대해 SNS에서 분통을 터뜨린 보통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나는 강변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4대강 사업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해외여행도 더러 다녀보았지만, 우리 강변만큼 잘된 곳이 없다. 걷기 좋고, 자전거타기 좋고, 경관 좋아졌고, 지난 여름 물난리 없었고,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누더기라고 놀림받던 경부고속도로도 일년 365일 보수공사하면서 또한 보완하면서 국민 모두가 잘도 그 도로를 다니고 있다. 세상만사 가운데 완벽한 것이 있는지 답해보라.”

‘물관리’ 산업으로 도약해야

물론 나라의 핵심 수원인 4대강을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숫자의 예산에다 5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완벽하게 정비한다는 발상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 대통령이 임기 내의 치적에 급급하지 않고 4대강 가운데 어느 한 곳을 골라 시범사업을 벌인 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없는지, 예상 못한 부작용은 없는지 따져가며 다른 강, 다른 구간으로 확대해 나갔더라면 이와같은 부질없는 소모적 논쟁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4대강 추진본부는 “시민단체의 주장만 받아들여 문제를 부풀렸다”며 억울해한다. 그리고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보의 안전과 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감사원의 구체적인 지적들에 대해서는 사실을 인정하고 보완을 약속했다. 감사결과를 결코 왜곡해서는 안된다. 관계 당국과 시공사는 감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설계상 또는 수질개선과 유지보수 면에서 드러난 문제를 꼼꼼히 점검하여 철저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알다시피 2013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해’다. 2012년 3월 OECD가 발표한 ‘2050년 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물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결코 강수량이 적어서가 아니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천2백mm로 세계 평균의 1.4배에 이른다. 그러나 여름철에 강수량이 집중되는 데다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연(年)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1/8에 불과하므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1인당 물소비량은 275ℓ로 덴마크(114ℓ)와 영국(139ℓ), 프랑스(232ℓ)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 제기를 알고 있다. 위원회 등을 구성해 잘못된 점은 보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새 정부는 투명한 절차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필요한 후속대책을 통해 완벽한 4대강 물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지류, 지천의 보완사업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

토목사업이라고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건설업계가 그동안 축적한 최고의 과학기술을 총동원하여 4대강 사업이 완성되면 하천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 우리의 기술을 수출할 수도 있는 이른바 고부가가치 산업을 새로 창출할 수도 있다. 이미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12조원 규모의 태국 물관리 사업에도 떳떳이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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