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 기획인터뷰 (4)

국내 반도체 업계가 D램을 넘어 시스템반도체까지 넘보는 상황까지 발전했다. 주요 글로벌 반도체업체의 수장들을 통해 그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들어보고, 국내 반도체업계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시리즈 인터뷰를 기획했다. 

인터뷰는 ▲인텔코리아 (이희성 사장) ▲TI코리아(켄트 전 사장) ▲프리스케일 코리아(황연호 사장) ▲엔비디아 코리아 (이용덕 사장) ▲AMD코리아(권태영 사장) 순으로 연재된다.

▲ 엔비디아 로고(제공=엔비디아 코리아)

[일간투데이 조영만 기자] 엔비디아는 1993년 설립됐으며, 창립 3년 만에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한 비주얼 컴퓨팅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이다. 1999년 세계 최초로 GPU(Graphic Processing Unit)를 창안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7억 개 이상의 GPU를 판매했다. 엔비디아는 공장이 없는 반도체 설계 회사로서 반도체 칩 아키텍처와 칩 디자인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전 직원의 70%가 개발 연구진으로, 6개월마다 차세대 제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끊임없이 업계를 혁신하는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엔비디아의 대표적인 GPU 제품으로는 데스크톱 및 노트북 게임을 위한 지포스(GeForce) 시리즈, 전문가용 그래픽 솔루션인 쿼드로(Quadro) 시리즈, 슈퍼컴퓨팅을 위한 테슬라(Tesla) 시리즈 등이 있으며, 스마트폰 및 태블릿을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테그라(Tegra) 칩셋 역시 비즈니스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 코리아는 지난 2002년 설립,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30명 정도의 인원으로 시작됐으며, 최근 2~3년간 모바일 시장에 주력하면서 국내 파트너사와의 협력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인원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용덕 엔비디아 코리아 사장은 2006년부터 재직 중이며, 엔비디아 재직 전에는 필립스(Philips) 코리아, ST마이크론 등을 거쳐 미국의 반도체 전문기업 레저리티(Legerity) 및 브로드컴(Broadcom) 코리아 지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특히, 브로드컴 코리아 지사장 재직 당시에는 아시아 액세스 테크놀로지(Asia Access Technology) 부서의 부사장(Vice President)으로서 아시아 시장 내에서의 한국 시장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에 역할을 다했다.

▲GPU와 모바일 AP둘 다 집중

고성능 모바일 디바이스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컴퓨팅 업계는 점점 ‘비주얼’과 ‘모바일’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비주얼 컴퓨팅 선도기업으로 그래픽 분야에서의 역량을 모바일 분야에 이식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자 지난 2010년 세계 최초 듀얼코어 모바일 AP인 ‘테그라 2’를 발표했다.

이어, 작년에는 세계 최초 쿼드코어 모바일 AP인 ‘테그라 3’를 선보인 바 있다. 현재는 GPU와 모바일 AP인 SoC(시스템온칩) 비즈니스 둘 다 집중하고 있으며,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기술 개발단계에서부터 다양한 파트너사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하이엔드 태블릿 및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술력이라고 볼 수 있다. 엔비디아 테그라 슈퍼칩 시리즈는 우수한 모바일 웹브라우징과 멀티태스킹 성능, 콘솔 수준의 게임 성능, 뛰어난 전력 효율로 제공함으로써, 슈퍼폰, 슈퍼태블릿, 자동차 등 다양한 플랫폼에 채택되고 있다. 또한, 엔비디아는 코어 개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 뿐 아니라, 모바일 운영체제 지원에서도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와는 20년에 가까이 긴밀한 협업을 진행해 오면서 마이크로소프트 OS 및 API에 그래픽 기술과 비디오 드라이버를 제공해 왔다. 뿐만 아니라 이미 3년 전부터 ‘윈도우 8’에서의 그래픽 하드웨어 활용 및 태블릿까지 OS 확장을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노력을 지원해 왔다.

엔비디아는 개발키트, 소프트웨어 제공 및 500인년(人年)의 엔지니어링 작업 등 폭넓은 지원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최고의 윈도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여했고, 이러한 협업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진행해나가면서 윈도우 태블릿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 갈 예정이다. 윈도우 RT ‘서피스(Surface)’ 태블릿에도 테그라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 이용덕 엔비디아 코리아 사장(제공=엔비디아 코리아)

▲통합칩 상용화, 시장 파급효과가 클 것

이용덕 사장은 “기존 그래픽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고성능 게임을 위한 하이엔드 그래픽 솔루션 제공에 주력해온 것처럼, 모바일 시장에서도 역시 하이엔드, 스마트폰 및 태블릿을 위한 기술을 제공하기 위한 꾸준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통신칩업체 ‘아이세라’ 인수관련 질문에 “2013년 중 모바일 AP와 통신칩을 결합해, LTE와 3G를 한꺼번에 지원하는 통합칩을 출시할 계획이다”라며 “2011년 6월 영국의 이동통신 베이스밴드칩 업체인 아이세라(Icera)를 인수한 이래, 통합칩 개발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테그라의 고성능, 고효율에 통신 기능이 결합된 통합칩이 상용화된다면 시장에서의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능 및 저 전력은 어떤 플랫폼에서나 중요하지만, 전력 공급이 제한적인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PC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 전력이 더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 ‘테그라 3’는 낮은 전력 소모를 유지하면서도 고성능 작업 및 멀티태스킹을 매끄럽게 구현하기 위해 세계 유일의 ‘4-PLUS-1’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이는 모바일 분야 마케팅 기획 시에도 이런 특성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 저 전력 기술 ‘프로젝트 칼엘’에 대해 이 사장은 “칼엘(Kal-El)은 엔비디아의 최신 모바일 AP인 ‘테그라 3’의 코드 명으로, 테그라 3는 작업의 성격에 따라 CPU 코어를 선택적으로 활성화시키는 ‘4-PLUS-1 쿼드코어 아키텍처’를 통해 저 전력과 고성능을 동시에 실현한다”고 말한다.

테그라 3는 4개의 메인 CPU 코어와 저 전력 CPU인 1개의 컴패니언 코어로 구성되는데, 게임, 동영상 편집 등 고성능을 요구하는 작업 시에는 4개의 메인 코어가 선택적으로 작동되며, 대기 모드, 전화 수신 등 낮은 성능만으로도 가능한 작업 시에는 컴패니언 코어만이 작동해 배터리 수명을 보존한다.

▲모바일 분야도 개발지원 지속

현재 엔비디아는 그간 PC에서 구현한 그래픽 기술을 모바일로 전이 시키는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어떤 성장을 예상하며 개발을 진행 중인가”라고 묻자 이용덕 사장은 “GPU 분야에서의 압도적인 경쟁력을 기반으로, 엔비디아는 모바일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며 “하드웨어 개발 뿐 아니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등 게임 및 소프트웨어, OS 개발사들과의 지속적인 협력으로 늘 최고의 퍼포먼스와 호환성을 제공하고자 노력해 왔는데,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은 다른 경쟁사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는 모바일 분야에서도 이러한 개발 지원을 지속하기 위해 작년부터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엔비디아 테그라 게임 개발 콘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실시하는 콘테스트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게임 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받게 된다. 우승자에게는 테그라 전용 게임을 위한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인 ‘엔비디아 테그라존(TegraZone)’을 이용해 게임 홍보 및 판매, 엔비디아 파트너십 체결 및 향후 게임 개발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엔비디아는 국내·외 게임사들과의 협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며, 2012년의 경우 국내 게임 개발사 ‘브리디아’와 협력해 FPS 모바일 게임 ‘르네상스 블러드 THD(Renaissance Blood THD)’가 테그라존을 통해 런칭(launching) 됐다.

▲100종 이상의 모델에 프로세서 제공

최근 현대자동차 그룹이 세운 현대오트론이 국내에 출범, 자동차용 반도체 경쟁에 대한 생각을 묻자 “자동차가 단순히 달리는 기계가 아닌 달리는 전자제품 성격으로 변하면서 자동차와 새로운 IT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차량용 인포테이먼트 시스템을 위한 AP, 통신칩 등 관련 반도체 비즈니스 또한 보다 더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엔비디아도 차량용 AP시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질문에 “2004년 오토모티브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래, 엔비디아는 20개 이상 자동차 브랜드에서 100종 이상의 모델에 엔비디아 프로세서를 탑재했거나 제공 예정에 있다”고 밝히며 “미국의 전기차 전문 브랜드인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는 작년 6월 업계 최초로 차내에 엔비디아 테그라 비주얼 컴퓨팅 모듈을 장착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테그라 VCM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강력한 테그라 프로세서에 기반해 지금껏 자동차에 장착된 가장 큰 디스플레이인 17인치 터치스크린형 인포테인먼트 및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올-디지털 장치 클러스터를 가동해 직관적인 인터랙티브 고선명 비주얼을 구현한다. 이외에도 아우디, BMW, 람보르기니, 맥라렌, 롤스로이스, VW 등 세계적인 명차들이 테그라 가동 시스템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즐거운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컴퓨팅 혁명, 거대한 기회

엔비디아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GPU를 제공하고 있고, 물량 면에서도 업계 2위와 아주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아바타’, ‘인셉션’ 등 아카데미 어워드 시각효과 부문에서 수상했거나 후보에 오른 많은 영화들이 엔비디아 GPU를 사용해 제작됐으며, 세계 1위 슈퍼컴퓨터에 엔비디아 GPU가 채택되는 등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의 활약도 눈부시다.

이용덕 사장은 끝으로 “GPU 비즈니스에서 엔비디아는 지금까지처럼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며 “반면 30년의 역사를 지닌 PC와 달리 모바일 혁명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다. 시장도 아직 많은 성장을 앞두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이 모바일 컴퓨팅 혁명을 거대한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모바일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다지기 위해 끊임없는 투자와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궁극적으로 엔비디아의 비주얼, 모바일 컴퓨팅 기술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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