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의 자진 사퇴를 불러온 인사검증 문제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후속 인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듯하다. 박 당선인은 능력있는 인재들이 청문회가 무서워 공직을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언론의 검증이 30~40년전 일까지 거론함으로써 고의적인 ‘신상털기’ 수준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능력 검증만 공개로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도덕성과 능력이라는 요소가 따로 검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다 국회 청문회를 거치자면 모든 것이 다시 공개되는 만큼 현실성이 없다는 쪽이 대다수의 생각이다.

검증제도의 당위성

우리나라에는 능력과 자질이 출중하며 거기에 나무랄 바 없는 도덕성을 겸비한 인물은 과연 없는가?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는 숨어 있는 인재가 많이 있는데 그런 인물들을 발탁하고 등용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반은 맞지만 반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고속성장을--민주화와 경제발전--겪었기 때문에 사회 성장에 따른 법적 사회적 제도의 구축이 미비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걸맞은 윤리의식의 상승이 따라주지 못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그렇다 보니, 능력깨나 있다는 사람들은 불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선에서 자신이 가진 재력과 권력에 따른 정보력까지 동원하여 개인적인 치부를 하거나 일가친척의 축재를 도모했던 것이다.

알다시피 모든 법에는 시행일이 있고 모든 범죄행위에는 공소시효 기간이 있다. 따라서 시행일 이전의 행위는 범법행위가 아니고, 범법행위일지라도 이미 시효가 지난 일에는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은 면하겠지만 도덕과 양심의 가책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다.

그렇지만 그런 이유로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위가 아니라면 일부 불법이나 비리 행위에 대해 당시의 관행이기 때문에 면죄부를 주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다. 우선 오직 나라의 발전을 위해 개미처럼 열심히 노력해온 일반 국민들의 정서를 배반하는 일이다. 또한 그런 관례를 핑계로 앞으로 너도 나도 그렇게 하겠다면 무슨 명분으로 그들을 제지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물론 시대에 맞는 법과 사회 체계가 이를 적절히 제어하겠지만 그들의 의식까지는 정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앞으로를 위해서 공직자에 대한 엄중한 검증제도를 제대로 정착시켜야 할 당위성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때 이번과 같은 후진적인 검증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이미 100년 이상의 인사 청문회 전통을 가진 미국의 경우에는 각 기관별로 검증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공직에 뜻을 둔 인사들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미래를 위해 몸가짐을 조심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격사유를 가진 사람은 스스로 공직을 맡지 않으려 하고, 설사 자격이 되는 사람이라도 엄중한 검증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전설에서 현실로

어린 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호손(Nathaniel Hawthorne,1804∼1864)의 ‘큰바위얼굴’이라는 작품이 생각난다. 배경은 미국의 남북전쟁 직후 혼란한 시기다. 어니스트라는 한 소년이 어머니로부터 바위 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설을 듣고, 그런 사람을 만나보았으면 하는 기대 속에 자라면서 자신도 어떻게 살아야 큰 바위 얼굴처럼 될까 생각하면서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간다.

어니스트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돈 많은 부자, 싸움 잘하는 장군, 말 잘하는 정치인, 글 잘 쓰는 시인들을 만났으나 큰 바위 얼굴처럼 훌륭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니스트의 설교를 듣던 한 시인이 그의 내면의 진실성에 감동하는 순간 큰 바위 얼굴과 그의 얼굴이 겹치면서 어니스트가 바로 ‘큰바위얼굴’임을 사람들에게 소리쳐 알린다. 그러나 어니스트는 자기보다 훌륭한 인물을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작가 호손은 독실한 청교도 집안에서 태어나 대표작 ‘주홍글씨(1850)’를 비롯하여 교훈적 경향이 강한 작품을 주로 썼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위대한 인간의 가치는 돈이나 명예나 권력 등의 세속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탐구를 거쳐 얻어진 말과 사상과 생활의 일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곳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비록 부모인 나는 훌륭한 인품을 가지지 못했지만 자녀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큰바위얼굴조각공원’을 방문할 수 있다. 시대를 빛낸 인물들의 조각상을 보면서 자녀들과 미래의 꿈을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충북 음성에 자리잡은 조각공원은 1974년 음성 현대정신병원 정근희 이사장이 직접 구상하고 설립했다. 불투명한 삶의 환경 조건 때문에 정신적으로 나약해진 청소년들이 역사적 인물들의 지도력과 다양한 업적을 교감함으로써 희망을 갖게 되며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건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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