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만 산업부 차장

 

2008년 9월, 델인터내셔널은 서울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스피론 ‘미니9’를 공개했다.

신제품을 앞세워 당시 새로운 돌풍을 몰고 온 ‘넷북’시장에 출사표(出師表)를 던진 자리였다.

Q&A 시간에 기자는 “가격이 소비자 기대보다 높게 책정된 것 아닌가?”라며 질문했고, 이에 델 측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가격대라고 자신했었다.

당시 ‘미니9’는 경쟁업체 아수스와 MSI가 선보인 제품보다 저념한 가격으로 출시됐지만 보다 파격적인 가격을 예상했던 소비자들의 바람을 충족시키진 못했다. 이후 델은 넷북 시장에 큰 재미를 보지 못하며 2011년 자사 제품을 단종 시켰다.

작년은 마이크로소프트(MS) 원도8 기반의 하이브리드 노트북이 새롭게 선보인 해였다. 삼성전자가 스크린과 키보드를 버튼 하나로 분리할 수 있는 ‘컨버터블’ 형태의 ‘아티브 스마트PC’를 내놓으며 국내 시장을 주도해 나갔다. 과거 ‘넷북’의 출연처럼 새로운 형태의 PC가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델은 이런 시장 변화의 중심에 서있지 못했다. 지난 2월 5일(미국 현지시간) 델인터내셔널은 델의 창립자이자 회장 겸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인 마이클 델이 글로벌 기술 투자 회사인 실버레이크와(Silver Lake)와 함께 델을 인수하는 매매계약에 사인했다고 언론 보도 자료를 통해 밝혔다.

세계 3위 PC 기업으로 명성을 날리던 델이 244억 달러(약 26조원)에 마이클 델과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에 매각된 것이다. 이번 거래로 델은 비상장사로 전환된다. 다시 마이클 델의 개인 회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1984년 대학 기숙사 방에서 단돈 1000달러로 창업해 굴지의 PC 기업으로 키워낸 마이클 델의 ‘델’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마이클 델은 “이번 매각은 델과 고객들에게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 것”이라며 부활을 다짐하고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영화 ‘귀여운 여인 (Pretty Woman)’의 ‘리차드 기어’는 재정이 어려운 회사를 인수하고 분해해 다시 파는 사업가로 나온다. 이런 일이 델에게 생길 것이다. 아니다 비밀 무기로 다시 회생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그것이다.

기자가 비중을 두는 부분은 ‘마지막 승부’쪽에 가깝다. 이번 빅딜에 MS도 20억 달러(약 2조1700억 원)를 투자했다. 그간 두터운 친분을 과시했지만 비즈니스 세계는 냉정하다. ‘델’ 그는 믿는 구석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일간투데이 조영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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