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의 국적을 놓고 자격시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잘 알다시피 김 장관 내정자는 15세에 미국에 이민가서 갖은 고생 끝에 벤처 신화를 쓴 성공한 기업가로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의 최고전략책임자 겸 소장을 지냈다.

하지만 김 내정자는 한시도 조국을 잊지 않았다. 기회 닿을 때마다 한국을 찾아 강연을 했다. 벨연구소 소장이던 2009년에는 벨연구소 서울연구소를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광통신기술 관련 업무제휴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자신의 위치에서 한국에 도움이 될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김 장관 내정자 국적 논란의 핵심은 △30여년 동안 유지해 온 미국 국적 △미 해군 장교로 복무했던 미국에 대한 ‘애국심’ △장관 내정 직전 한국 국적 취득 등 3가지로 요약된다. 김 장관 내정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김 장관 내정자가 한국과 미국의 이익이 상충할 때 미국편에 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김 후보자가 과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설립한 인큐텔 창립에 관여했다”며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인큐텔은 CIA가 최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세운 비영리 목적의 벤처캐피털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인큐텔 창립 당시 미국 벤처업계의 전문가로서 참여해 이사를 지냈지만 그런 경력이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용하자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김 장관 내정자의 미국 국적 취득은 가정사로 인한 불가피한 수순이었으며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입지전적인 업적을 이룬 그의 전문성은 한국의 과학기술분야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 후보자는 “대한민국에 봉사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 포기를 결정하고 알카텔루슨트 벨 연구소 소장직을 사임했다”며 “청문회를 통과하여 장관직에 임명된다면 오로지 우리나라의 국익만을 위해 업무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내정자가 미국 국적을 포기할 경우 미국 정부에 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의 ‘국적 포기세’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제기된 CIA 커넥션이 더 힘을 받는지도 모른다.
한때 먹고 살기 힘들어 조국이 버릴 수밖에 없었던 소년이 성공해서 돌아와 조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애국심을 의심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우리 사회가 김용 세계은행 총재나 성김 주한미국대사 등 재외한인의 성공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면서 재외한인이 우리 사회로 복귀하는 것에 반발하는 것은 편협한 사고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주 한인회총연합회는 김 내정자의 이중국적 논란에 대해 “시대에 역행하는 저급한 인식”이라며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진철 미주총련 회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치권이 앞장서서 이중국적을 점차 허용하는 상황에서 공직 후보자의 국적 문제를 논하는 것은 모순이고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조상과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도 고위 공직자가 되는 마당에 미국 국적의 한국인은 장관이 돼선 안 된다는 말은 이중잣대이자 철 지난 반미감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 내정자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600만 재외한인 사회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조국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자긍심을 살려주는 기회가 되기를 강력히 바란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