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만 산업부 차장

 

[일간투데이 조영만 기자] 지난 3월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회장단 회의에서 2013년 투자ㆍ채용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그간 전경련은 대통령과의 간담회나 1월 회장단 회의를 통해 재계의 투자와 채용 계획을 밝히는 것이 관례였다. 1월 발표가 힘들면 2월께 별도의 발표를 했고, 아무리 늦어도 3월 회장단 회의에서는 30대 그룹의 투자ㆍ채용 계획을 밝혀왔었다. 하지만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이즈음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연일 대기업들을 몰아세우기에 바빴다. 윤 장관은 3월25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상반기 대기업의 불공정한 납품단가 인하 실태를 조사할 것”이며 “협력업체에 전속거래를 강요하는 관행도 조사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3월27일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주관한 포럼 강연을 통해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려고 하는데 대기업이 가격을 후려쳤다”며 대기업들의 관행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드디어 4월4일, 30대그룹의 기획총괄 사장단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산업통상부장관과의 간담회를 개최, 올해 총 148조 8000억 원을 투자하며 12만 8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도 49조원대의 투자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4월6일, 삼성 이건희 회장이 일본에서 김포공항을 통해 출장 석 달 만에 귀국했다. 이날 이 회장은 유명연예인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입국장에 들어섰고 취재진의 열띤 질문에 차분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신 경영 20주년인데 소감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20년이 됐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며 특유의 ‘위기경영론’을 내비쳤고, 건강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운동을 많이 못해 다리가 불편한 것 빼고는 다 괜찮다”고 말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질문에 “오랫동안 연구하고 나온 분이라 잘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우리도 잘하고 저희 삼성도 작지만 열심히 뛰어서 도와드려야겠다”고 밝혔다.

이 답변으로 기자는 그간 삼성을 필두로 대기업들이 박근혜 정부와 관련해 얼마나 여러 가지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었는지 상상해볼 수 있었다. 과거 소위 잘나가던 대기업들이 새 정부가 들어서고 잘못된(?) 판단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던 일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제 200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삼성 이건희 회장이 공식적으로 ‘친정부’ 의사를 밝혔다. 이는 현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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