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연일 수위를 높여온 북한의 도발 위협이 꼭지점을 찍으면서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은 그동안 잊혀진 듯했던 4·24 재보궐 선거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안철수 전 교수가 무소속 후보로 나선 노원병 선거구가 관심의 대상이다.

안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중앙무대에서 정치신인으로 기초를 닦겠다고 했지만 한때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그가 전철 개찰구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웃음으로 다가가 고개 숙여 악수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노원병 선거와 관련된 주요 변수들을 짚어보기로 하자.

#1 과포장된 지지율--여러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긴 하지만, 안 후보의 지지율이 부동의 1위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허준영 후보측은 40% 가까운 전통적인 지지층이 건재하기 때문에 야권의 다자 후보들에 대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통합진보당의 정태흥 후보는 “암만해도 안 후보 같은 경우 대선에 출마해 인지도가 높으신 분 아니냐. 그러니까 여론조사에 그렇게 나온다”며 평가절하한다.

#2 사전투표제와 투표율--역대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은 통상 35% 정도인데, 이번에 처음 시행되는 ‘사전투표제’로 24일 선거 당일과 오는 19, 20일 등 사실상 투표일이 사흘로 늘어남에 따라 투표율이 40%는 가능하다고 예상된다.

안 후보측은 20, 30, 40대 직장인이 주요 지지층인데 이들은 사실상 선거 당일 투표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전투표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안 후보도 “19일에 사전투표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사전투표에 참여하여 유권자들을 독려한 사례를 본딴 것이다. 그러나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첫 시행이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3 민주당의 역할--민주당은 대선 때 빚을 갚느라고 10여년 지역구를 관리해온 이동섭 지역위원장을 주저앉히고 공천을 포기했다. 이 위원장은 고심 끝에 안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지역 민주당 지지자들을 이탈없이 끌고올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안 후보와 민주당측과의 관계는 여전히 껄끄럽다. “안 후보측이 돈도 안 쓰고 민주당의 힘도 최대한 덜 빌려는 것 같다”는 관계자의 볼멘소리도 들린다.

새누리당은 조직력을 총동원하는 한편 안 후보를 못마땅하게 여겨 오히려 허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는 ‘역선택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세 중 “(민주당) 이동섭 위원장이 안 됐다”며 동정하는 전략으로 역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4 애매모호한 새 정치--안 후보의 최대 무기는 ‘새 정치’인데 여전히 그의 새 정치에는 구체적 정책이 없다. 대선과 달리 지역선거이기 때문에 지역 현안에 대한 확고한 정책을 내야 하는데, 안 후보는 지역 핵심문제인 ‘뉴타운’ 문제와 관련 “양쪽의 입장을 들어보겠다”고 그럴듯한 중재의견을 냈으나 “역시 애매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정책은 잘 모르겠지만 기존 정치인들과 달라 지지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호기심으로 지켜보기는 하지만 안 후보에게 “지지표를 던지기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5 탄력잃은 신당론--안 후보는 최근 신당 창당과 관련 “솔직히 여력이 없다”고 고백한 바 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이유에 안 후보의 신당 창당 명분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은 한술 더 떠서 “안 후보의 민주당 입당과 공동대표 추대는 안 후보 개인의 역량이 탐나서가 아니라 안 후보 지지세력을 민주당과 결합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안철수 후보가 의원이 되더라도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 n분의 1이라고 평가절하한 것과 상통하는 의미다.

이런 변수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가 영광스러운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다수 관전자들은 마침 발표 후 전세계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는 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의 후렴구처럼 그 결과는 “알랑가 몰라(알는지 모르겠다)”라고 애매하게 반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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