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출품작 '춤추는 여자' 감독 5인 인터뷰]

▲ 영화 '춤추는 여자'의 감독 5인. 왼쪽부터 박선일, 추경엽, 유재미, 박준희, 조지영 감독. (사진=김윤배 기자)

[일간투데이 박성은 기자] 참 독특한 이력이다. 안무가, 무용수, 그림작가 그리고 영화감독. 이 각기 다른 분야의 예술가 5명이 모여 ‘춤’이라는 소재로 옴니버스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

제 1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 중 하나인 영화 ‘춤추는 여자’의 시작은 ‘예술 프로젝트’였다.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현대무용을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영상’과 접목해보자 라고 생각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그렇게 모인 5명은 춤이라는 소재를 놓고 자신만의 색깔을 마음껏 뽐냈다.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채워지면 채워진 대로 자신의 역량 내에서 찍고 싶은 영화를 찍었다. 그래서였을까. 오히려 영화 시스템을 의식하지 않은 그들의 영화는 참신한 빛을 발휘하며 자신들이 말하고자 한 춤(현대무용)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이시킨다.

최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춤추는 여자’의 감독 유재미, 박선일, 추경엽, 조지영, 박준희는 영화 상영을 앞두고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당일 영화 상영표가 매진됐다는 소식은 긴장감과 설렘을 동시에 안기는 듯 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와서 참 신기하고 기쁘다. ‘춤추는 여자’는 애초에 영화제 목적으로 만든 영화는 아니었다. '현대무용을 사람들이 더 친근하게 여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시작이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영상매체를 선택한 것이다. 각자가 전공분야가 다 달라 개성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영화에 실험영화, 극영화, 다큐멘터리, 페이크 다큐 형식의 다양한 영화가 담기게 됐다” (추경엽, 작품명 죄인)

추경엽 감독 외에는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법한데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감독들은 오히려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Synch’를 만든 유재미 감독은 “6개월간 테크니컬한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을 배웠고, 이후 작업은 각자가 알아서 진행했다”며 “만들면서 영화의 정통적인 형식을 의식하지 않아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영화를 무용 공연같이 생각했고 하나의 무용 작품을 만들 듯 만들어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생각보다 가까운’의 박준희 감독은 “정말 영화 작업이 너무 재밌었다. 영화에 무지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영화는 지난 5년간 내가 준비한 '뫔댄스'(몸+마음)를 세상에 공개하는 작업이었다. 카메라가 나와 함께 춤 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촬영감독님을 춤추게 했다. 오히려 나 때문에 주변 사람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하며 미소 지었다.

▲ 영화 '춤추는 여자'의 한 장면(제공=정아트비전)

5명의 감독들은 영화 ‘춤추는 여자’ 안에 예술에 대한 자긍심을 가득 담아냈다. ‘춤’에 대해 각기 다르게 표현한 이들의 재기발랄함이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의미는 뭐였을까.

이에 유재미 감독은 “공연예술은 주로 무대나 특정장소에서 이뤄진다”며 “춤이란 것이 장소적인 특성에 한정된 것이 아닌 특정 공간으로 이동하며 ‘춤’이라는 예술형태가 여러 공간에서 하나인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험영화를 통해 움직임의 연계성을 장소와 결합시켜 표현했다.

반면 내러티브가 있는 극영화를 만든 ‘여름날’의 박선일 감독은 “소통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아닌 춤 동작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내일, 그리고...’의 조지영 감독은 “무용 전공인들이 무대를 쓰기 위해 연습을 하는데 몸을 부딪치는 일이기 때문에 조금씩 문제가 생긴다. 그런 미묘한 것부터 시작해서 현재 춤을 추고 있는 열정보다 순간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 닥친 현실 때문에 망각하는 것들을 작게나마 무용이라는 소재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자신의 영화를 설명했다.

페이크다큐 ‘생각보다 가까운’의 박준희 감독은 “조금이라도 춤추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무용이 더 이상 전공자들만의 것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가까운 것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개인이 춤을 통해 자신의 억압된 것을 표현하고 자신감을 찾아갈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영화 '춤추는 여자'의 감독 왼쪽부터 조지영, 유재미, 박준희, 박선일, 추경엽 감독. (사진=김윤배 기자)

철저하게 자신이 속한 예술에 뿌리를 두고 영화를 만든 이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졌다. 앞으로 감독으로 활동할 계획에 대해 묻자 5명의 감독은 동시에 “우리는 창작자”라고 답했다. 이번 기회로 ‘감독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아닌 만약 자신들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 영화적인 요소와 맞다고 생각되다면 그때 또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이들은 “영화는 하나의 재료인 것 같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창작의 주체인 ‘창작자’라고 생각한다. 그게 안무가, 작가, 감독으로 불리는 것 뿐이다. 영화의 시작은 각자의 작업 영역을 영상으로 확장하자는 창작자 위주의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정말 담고 싶은 것을 담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관객에게 더욱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춤’에 대한 우리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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