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60년 투혼으로 당당히 변화하라’는 슬로건 아래 치러진 민주당 5·4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비주류의 김한길 의원이 최종 득표율 61.72%로 이용섭 의원(38.28%)을 23%포인트 차로 누르고 예상대로 대표로 선출됐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신경민(17.99%)·조경태(15.65%)·양승조(15.03%)·우원식(15.01%) 의원이 당선됐다. 호남 출신의 이용섭 당대표 후보와 최고의원 유성엽(13.20%) 후보가 낙선하고 아울러 친노·주류로 분류되는 윤호중(10.11%) 최고위원 후보가 떨어짐으로써 새 지도부에는 민주당 역사에서 이례적으로 호남 출신 의원과 주류 의원이 선출되지 않았다.

또 이날 전대에서 당명을 기존 민주통합당에서 ‘민주당’으로 바꾸고, 당대표에게 당직 인사와 예산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과 중도노선을 강화한 강령·정강정책 개정안도 의결했다.

김한길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새로운 민주당, 더 큰 민주당, 선거에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당원 중심의 ‘정당민주주의’, 생활밀착형 ‘정책정당’, 능력 인사 영입을 통한 ‘인사 쇄신’ 그리고 앞으로의 ‘지방선거와 대선 승리’라는 4대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개혁과 혁신을 위해 몸부림치는 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과감히 버리고 갈 것과 소중히 안고 갈 것을 따져보자. 계륵도 있다. 김한길 대표와 4인의 선출직 최고위원의 발언을 보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안고 갈 것인가는 자명하다.

◇버리고 갈 것

△계파주의--친노·비노, 주류·비주류라는 명찰을 쓰레기통에 버리자고 호소했다.
△지역주의--수십년 전통적 기반이었던 호남 의존을 벗어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역주의를 세 번 넘어선 부산사나이, 청년 조경태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고 있다.

△야당 귀족주의--당이야 어찌되건 야당 국회의원이나 당권파로 군림하면 된다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야당 귀족주의는 계파 패권주의와 한 몸이다. 이것이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진정한 원인”으로 “야당 귀족주의를 넘어 국민 속에 뿌리내리는 ‘단단한 민주당’,‘현장 민주당’, ‘바로 선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정 인물--원조 친노인사인 배우 명계남이 민주통합당 대선평가보고서에 강력 반발하며 민주당을 탈당한데 이어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이 전대 하루 전에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문 전 대행은 “국민 참여를 실질적으로 배제했으며, 대선평가보고서는 삿대질을 선택해 정당 지지도를 반토막 내고 말았다”며 과거로 회귀하는 민주당에서 더는 역할이 없다고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문 전 대행을 대선 패배 책임 순위의 다섯번째 인사로 지목한 바 있다.

◇안고 갈 것

△인적 자산--민주당의 가장 큰 자산은 당대표 경선에 나섰던 이용섭 의원과 386에서 진화한 486의원들이다. 새 지도부는 이들과 당의 가치와 이념을 공유할 수 있는 단단한 화학결합을 통해 계파갈등이라는 해묵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번 전대에 불참한 문재인 의원도 있다. 문 의원은 불참 이유에 대해 “국회·지역구 행사는 참여하지만 당내 행사에 참석하기엔 아직 부담이 있다”고 전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문재인 의원은 당의 중요한 자산이고 2017년 대선 준비과정에서 소중한 후보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우원식 최고위원도 “문재인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 48%의 지지를 받은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므로 그 분이 충분히 역량껏 활동할 수 있도록 우리가 마음을 열어야한다”고 말했다.

△중도 노선--문희상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마련한 당헌·당규, 강령·정강정책 개정안은 전대 현장에서 반발이 우려됐지만 막상 참석한 대의원들은 별다른 반발없이 당의 노선을 추인했다. 문 위원장은 개정안이 통과되기에 앞서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중도개혁 노선, 중산층과 서민이 우리의 토대임을 분명히 했다”며 “맞춤형 정책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륵이 된 안철수 의원

김한길 대표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사회 각 분야 인사들을 적극 발굴하고 영입해 더 큰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밝히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해 “안철수의 국회 입성에 민주당이 분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김한길만이 민주당의 분열을 막아낼 수 있다. 민주당이 야권의 재구성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트위터에 민주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축하한다며 “민생문제 해결과 정치혁신에 대한 국민의 열망 잊지 말아주십시오. 정치가 바뀌어야 민생이 바뀝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빨리 축하해 준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당이 새 정치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어 (안 의원과는) 경쟁하는 동지적 관계”라고 여운을 남겼다.

김 대표는 수락연설 말미에 “안보와 민생을 위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참여하는 정기적인 ‘여야국정협의체’를 제안한다”고 밝히면서 “만약 대통령이 불통이라면 강력한 민주당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비쳤다. 강하고 건전한 민주당의 변신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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