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강창희 국회의장은 9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장과 상의 없이 야당 의원끼리 상임위를 교체한 것은 국회법상 국회의장이 무소속 의원의 상임위 결정을 하도록 한 절차에 어긋난다”는 취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회 사무처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상임위 배치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국회의장은 대내적으로는 국회의 질서유지·의사정리·사무를 감독하고, 대외적으로 국회를 대표하는 의원으로 현행 ‘국회법’에서는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당선된 다음날부터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의장의 권한으로는 국회대표권, 의사정리권, 질서유지권, 사무감독권과 기타의 권한을 들 수 있는데, 기타의 권한에는 임시회집회공고권, 의사일정작성변경권, 방청허가권, 대통령이 확정법률을 공포하지 않을 때의 법률공포권 등이 있다.

앞서 안 의원은 4·24 노원병 재·보궐 선거로 당선돼 전임 의원인 노회찬 전 의원이 속했던 정무위로 가는 것이 관례상 맞지만, 안 의원이 보유한 안랩 주식 백지신탁 등의 문제로 여야 원내대표에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등을 희망상임위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야 원내대표는 합의를 통해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이학영 의원을 정무위로, 안 의원을 보건복지위로 배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국회법에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의 상임위 배정은 국회의장이 하도록 돼있다”며 “의원 전체 현황을 점검해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원들끼리 자리를 주고받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이번 일은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이며, 계속 비교섭 단체 의원이 들어올텐데 여야 합의로 해버리면 법을 어기는 것으로 (강 의장은) 법대로 하겠다는 것을 강조했고 원천무효라는 점을 재차 지적했다.

또 이와 함께 강 의장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에 앞서 오는 15일까지 의장 직속으로 ‘헌법개정연구회’를 두기로 합의한 데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장은 여야가 강 의장과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해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강 의장은 “여야가 합의를 했고, 지도부의 과제니까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여야는 오는 15일 같은 날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새로 선출되는 여야 원내대표는 사소한 절차라도 국회법에 따름으로써 의원 스스로가 국회를 무시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