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정치권의 막말이 북한 방송보다 더 더러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어 매우 개탄스럽다. 단순한 욕설을 넘어 상대방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저주스런 말폭력 경쟁을 하는 듯하다.

시발점을 따져보면 민주화 이후 사회 분위기에 따라 공고한 이념으로 무장한 소위 ‘386세대’가 정치권에 진입하면서 비롯된 듯하다. 참여정부 시절 스타였던 유시민 전 장관을 두고, “유시민은 왜 저토록 옳은 이야기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할까”라고 김영춘 전 의원(민주당)이 탄식한 데서 알 수 있다. 이후 이 말은 유 전 장관을 줄곧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됐다.

현재 정치판을 떠난 유 전 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언행을 반성하기도 했다. 그는 “일을 소신껏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남들에겐 독선으로 비칠 수도 있는 것이었다”면서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쯤이면 그저 애교 수준이다.

먼저 ‘멍청한 입’의 사례를 알아보자. 새누리당의 하태경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NLL 발언에 대해 소신을 밝힌다는 것이 그만 자신의 멍청함을 폭로하는 바가 되고 말았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엔엘엘 포기냐 아니냐고 묻는 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그 이유는 우리한테 중요한 것은 노무현 대화록을 정치적 이득이 아니라 국익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개떡같이 얘기했더라도 보수와 집권당은 찰떡같이 해석해야 한다. (중략) 대화록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이 엔엘엘 포기가 아닌 것처럼 말한 부분이 있다. 집권당은 그것을 해석하고 강조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은 국익보다는 당파 이익을 중시해서 오히려 북한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되고, 대한민국에도 손해다.”

대입시험을 치르는 고교생에게 국어선생님은 지문을 보면 “행간을 읽어라(Read between the lines.)”고 우선 주문한다. ‘포기한다’는 말이 없어도 ‘당신의 말을 인정한다’는 구절로 볼 때 그것은 포기를 말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그것이 정답이다. 하 의원이 수능시험을 망쳤다면 대학을 포기했어야 하는데, 언론인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두 번째는 ‘탐욕의 입’이다. 근래 민주당 전국 순회 집회에서는 노골적인 ‘대선 무효’ ‘탄핵’ ‘하야’ 등 대선 불복을 선동하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문재인 의원이다. 대선 패배 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문 의원이 정치 생명을 걸고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그는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과 대화록 불법 유출로 지난번 대선이 대단히 불공정하게 치러진 점, 그 혜택을 박 대통령이 받았고 박 대통령 자신이 악용하기도 했던 점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다”고 했다.

패배 직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발표해 역시 ‘젠틀 맨’이라는 평가를 받은 그가 갑자기 ‘더티 맨’이라도 된 건가. 탐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마침내는 ‘저주의 입’마저 등장한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 대변인은 “일제가 세운 괴뢰국인 만주국에 귀태 박정희와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며 “최근 행태를 보면 박 대통령은 유신공화국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전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가 치졸한 변명과 함께 슬그머니 사퇴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규정하고 일제의 잔재를 털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공당의 대변인이 일본 의학용어에서 차용한 ‘귀태(鬼胎)’를 들어 저주의 말을 퍼부은 현실이 그 자체로 아이러니다. 참고로 52만여개 어휘를 등재한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대사전’에 귀태(鬼胎)는 ‘두려워하고 걱정함’ 또는‘나쁜 마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에도 “박정희는 군대를 이용해서 대통령직을 찬탈했고, 그 딸인 박근혜는 국정원과 경찰조직을 이용해서 사실상 대통령직을 도둑질한 것”이라고 비난했고 자신의 트위터에도 “18대 대선결과는 무효입니다. 부전여전”이라는 글을 남긴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대해 중앙대 손병권 교수(한국정당학회장)는 “막말은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을 키우고 같은 진영엔 ‘맞는 말 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불러일으켜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가 일어나는 등 한국 정치가 제도적으로는 안정됐지만 권리와 배려, 존중이나 예의와 같은 정치적 소프트웨어의 측면에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기서 쓰고 있는 ‘입’은 바로 ‘말’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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